시티파머(City Farmer)는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말한다. 도시에서의 농사를 일컬어 시티팜(City Farm) 혹은 얼반팜(Urban Farm) 이라고 한다. 직접 우리가 먹는 채소를 키우는 것 자체가 건강한 식탁과 탄소를 줄이는 친환경적 실천이기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나를 위해선 웰빙이자 슬로푸드, 지구를 위해선 친환경, 그리고 식량위기를 준비하는 자가 대응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확산될 트렌드다.

그들은 앞마당, 뒤뜰, 옥상, 발코니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자신의 먹을거리를 손수 기른다. 그러나 오직 수확과 식량 자급에 목적을 둔 활동이 아니다. 안전한 먹거리와 식량 자급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도시의 녹지를 늘리는 친환경적 접근과 도시인들의 인간적인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지향한다. 농사꾼이 아니라 일종의 친환경 소비자이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트렌드리더인 셈이다. 유엔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도시 주민이 소비하는 먹거리의 약 3분의 1이 도시 내부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6억 명은 자신이 먹기 위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들이 바로 시티파머다. 심지어 시티팜을 하는 레스토랑도 생겨나고 있고, 시티파머를 위해 채소 기르는 방법을 담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까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농사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등장한 것이며, 더이상 농사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시티파머 트렌드는 안전한 먹거리 운동에서 시작해 환경운동으로 이어졌고, 이젠 하나의 도시문화이자 또하나의 커뮤니티 문화, 새로운 비즈니스로도 자랄 조짐이 크다. 각 가정에서 베란다나 옥상, 뒤뜰에서 혼자 키워먹는 것으로는 값싸고 안전한 먹거리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에 그치지만, 도시의 공터를 적극적으로 텃밭으로 활용해서 도시농사를 확장시킨다면 그 자체로도 도시인들의 새로운 소통 문화면서 먹거리 나눔을 통한 긍정적인 커뮤니티 문화도 만들어낸다. 아울러 농업과 환경에 대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에도 기여하게 된다. 시티파머 트렌드는 공공의 문화 트렌드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또하나의 트렌드 코드가 된다. 흙을 만지고 농사를 짓는다는 행위가 고리타분하고 나이든 사람들의 소일거리같은 인식에서, 이젠 앞서가는 소비문화이자 도시환경과 인간의 소통을 생각하는 세련된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놀이문화이자 커뮤니티 활동이 되고 있다. 나이든 세대에겐 농사에 대한 경험이 있겠지만 요즘 2030 세대, 특히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겐 농사 또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자 문화로 와닿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사가 촌스러움의 상징이었다면 미래에는 세련되고 앞서가는 사람들의 새로운 상징이 되는 것이다.

시티파머도 일부의 문화운동에서 시작했었다.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에 영향을 받아,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시티 파머는 21세기에 들어 환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시티파머 트렌드가 좀더 확산된 곳들은 농업국이 아니라 오히려 선진국들이다. 선진국들이 농사의 새로운 가치를 알아챈 셈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캐나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다.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한 경험있는 밴쿠버 시민은 전체 인구의 44%에 달했으며,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을 맞아 2010개의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벤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6년 연속 꼽힌 데에도 시티파머의 역할이 컸다.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여 개가 넘는다. 런던 사람의 약 14%가 자기 집 마당에 농작물을 키우는가 하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 텃밭은 10년 이상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올 정도로 인기다. 현재 740여개의 공동 임대텃밭에 3만6천여 구획이 있고 그곳에서 3만여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 런던의 도시농업을 이끄는 캐피털그로스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까지 런던 시내에 2012개 도시텃밭을 새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교회 소유의 광대한 토지를 임대텃밭 용도로 기부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도시녹화 사업에 적극적인 도쿄에는 5000개 빌딩 옥상에 녹지가 조성되어 있고, 시민농원과 체험농원 500여곳에 3만2천여개 가까운 구획에서 시티파머가 농사를 짓고 있다.

시티파머 트렌드의 확산 덕분에 도시의 짜투리 땅이 모두 농사지을 땅이자 친환경적인 녹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아스팔트와 시멘트 위에서도 농사를 짓는다. 흙을 담은 자루나 상자를 이용해서다. 이런 상자 텃밭 하나가 탄소 배출량을 14g 줄인다고 한다. 시티파머는 온실가스 배출 '0'에 도전한다. 텃밭에서 가꾼 먹을거리를 '제로 마일 먹을거리(zero-mile food)'라고 부른다. 먹을거리가 1㎞도 이동하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 드는 석유를 아예 쓰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석유를 수송 연료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도 배출되지 않는다. 대형 온실재배 또한 난방을 위한 석유를 쓰기에 탄소 배출은 크게 발생한다. 거기다가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도 만만치 않다. 만약 먹을거리를 텃밭에서 직접 기른다면 거의 100% 가까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선진국에선 시티팜을 병원에서 장기입원환자들의 마음치료에 활용하기도 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선 범죄자 순화를 위해 농업을 활용한다. 샌프란시스코 교도소 옆 공터에서 시작한 ‘가든 프로젝트’는 전과자에게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해 노동의 가치와 자신의 존엄성을 깨우쳐준다. 그 결과 지난 몇 년 새 가든 프로젝트 참여자의 재수감률은 50%에서 25%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이렇듯 전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도시농업은 그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연교육, 환경보호, 공동체 활성화, 공한지 재이용 등 도시농업의 수많은 긍정적 효과에 스스로 놀라며 적극적으로 시티파머들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에서의 시티 파머 트렌드도 확산추세다. 지난해 세운상가 자리에 마련한 '세운 초록띠 공원' 공용 텃밭에는 계절에 따라 벼, 옥수수, 해바라기, 수수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이들이 등장했으며, 서울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 전국귀농운동본부가 무료 배포한 상자 텃밭 2만 개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올초에는 도심에서 무언가를 손수 가꾸고자 하는 도시 농사꾼들의 모임인 도시농업포럼이 출범했고, 시티 파머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도시 농부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이젠 대형마트에서 화초가 아닌 딸기나 고추 모종이 팔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자급율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더나 농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40대 이하의 비율은 1970년대 35%에서 2003년 3.5%로 급감했으며, 2013년경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먹거리에 대한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올해 이상기온으로 인해 각종 채소의 가격은 폭등을 했고, 과일 가격도 크게 올라 에그플레이션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티파머가 확산되어야할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탄소배출에선 심각한 수준의 국가다. 한국은 CO2 배출량 1990년 대비 2007년 기준으로 113% 증가한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증가율이 38.7%이고 선진국들의 증가율은 한자리수거나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다소비산업 비율이 2-3배 높고, 탄소배출량은 세계 9위에 OECD 내에선 6위에 해당한다. 탄소절감을 위해서도 시티파머의 확산은 필수적이다.
이렇듯 시티파머 트렌드는 우리나라에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미미하겠지만 점점 가시화되면서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성장할 것이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것이고, 상상 이상의 거대한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수도 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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