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소기업인 7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비비하눔 사원을 걸어나오는데 키가 훤출한 우즈벡 청년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는 우리에게 다짜고짜 “한국에서 오셨어요?”라고

딱 떨어지는 한국말로 물어왔다.




 "그렇습니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우즈벡 청년은 펄쩍 뛰며 너무 반갑다고 아우성을 질렀다.

 

 “왜 그렇게 반가워하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지난 2년반 동안 대구의 염색공장에서 일했는데, 거기서 벌어온 돈으로 집도 사고,결혼도 하고,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잔치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뒤쪽으로 눈이 갔다. 그는 ‘봉고차’ 2대에 앞차엔 가족들을 태우고 뒷차엔 친구들을 태운 채 명승지를 유람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봉고차를 향해 손을 흔들자 차창이 일제히 열리며 눈이 유난히 동그란 조카,머리카락이 찰랑이는 그의 아내,개구장이 남동생,잔잔한 미소를 띠는 어머니...우와!!!--저렇게 아름다울 수가..정말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우리 중소기업인 일행은 <어머니의 생신이라면 부조를 좀 해야겠다> 면서 금방 달러를 몇장 모아 그에게 건네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사람은 저의 은인인데 제가 오히려 대접을 해야죠>라며 온 몸짓으로 거절하며, 끝내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원을 돌고 오는 동안 그는 어느새 보드카 3병을 마련해와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는 한글로 쓰여진 명함 1장을 건네주며 <우리 사장님께 고맙다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그 명함은 대구 성서염직 유인복 사장의 것이었다.

아우!!!%$%^$@??--그 지독한 구두쇠 사장님이 이렇게 존경을 받을 줄이야!!!!




사실 우리  중소기업인 일행이 사마르칸트를 가게 된 건 순전히 <필자> 때문이었다.사마르칸트는 <이치구의 전생(前生)>이라고  거듭 우겼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마르칸트를 알게 된 건 대학교 4학년때였다.그때  난생 처음 일본을 갔는데 당시만해도 도쿄 신주쿠는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늦은 밤 굴다리를 지나 가부키쵸로 들어서는데 아마 10층 쯤 되는 회색 건물 모퉁이에 검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괴괴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이를 보고 흠칫 귀신을 만난 듯 놀랐다.

 

그 할머니의 앞엔 노란 창호지 등불이 하나  켜져 있는데

그 창호지엔 <前生>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할머니께 전생을 보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물어봤다.

5백엔이라고 차갑게 말했다.당시엔 오백엔이 꽤 큰 돈이었다. 그럼에도 오백엔을 냈다.그리자 그  할머니는 손금을 한참 살펴보더니 작은 종이에 이렇게 써줬다.




 <샤마루칸토>




그땐 이 쪽지를 받아들고 엄청나게 사기당했다며 속상해 했다.샤마루칸토? 샤마르칸토??...미친 할마시..

 실제 그 <샤마루칸토>가 <사마르칸트>라는 사실을 알게된 건 한참 뒤였다.사마르칸트가 전생에 살던 곳이란 걸 알게 되면서부터 꼭 한번 그곳을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당시엔 그곳이 소련영토여서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즈벡 중소기업투자사절단이 타시켄트에 도착했을 때 전후사정을 얘기했더니 기업인 일행 모두가 <함께 가자!>고 호응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전생이 신라의 석공(石工)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반년간 경주에서 석공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마르칸트의 박물관에 있는 벽화를 보고 드디어 해답을 찾아냈다.징기스칸이 쳐들어가기 전 7세기에 그려진 그 벽화엔 신라인 몇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렇다면----혹시 그중 한사람이????!!!!




실크로드 서쪽 최대의 오아시스인 사마르칸트..2500년의 화려한 역사도시..징기스칸이 파괴하고,중앙아시아의 세계최대국가인 티무르가 옛건물을 헐어내고 재건을 하면서도 손상되지 않은 그 벽화를 바라보다가, 우즈벡 청년이 선물로 준 보드카 한잔을 마시면서 이렇게 상상했다.




 '아마 천몇백년전 신라의 석공인 나도 <돈 벌기 위해> 실크로드를 거쳐 이 먼 서역까지 왔을 거야--돈 많이 벌어 서라벌로 되돌아가 어머니 생신날 봉고차를 타고 분황사를 돌며 신나게 잔치를 벌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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