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두가지 지표다. 바로 출산율과 실업율. 한쪽은 낮아서 문제고, 한쪽은 높아서 문제다. 그런데 출산율과 실업율에 대처하는 접근이 꽤 많이 닮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아이낳는게 애국인양 강조하고, 실업율을 낮추기 위해 1인 창조기업을 비롯해 창업이 기회의 땅인양 강조한다. 둘다 당장의 통계수치에만 연연하고 구호 뿐인 외침으로 부추기기만 한다는 인상이 짙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나, 실업율을 낮추는 것은 둘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근시안적 접근을 할 분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다보니 근본적이고 장기적 접근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구호만 외칠 뿐이다.
원래 정치라는게 내일의 태풍보단 당장의 소나기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니던가. 몇년후에 어찌되건 그것은 나중의 문제고, 당장 뭔가 가시적인 수치 변화가 관심사다. 그러니 그런 접근은 별로 기대할 것도 믿을 것도 없다. 너무 시니컬한거 아니냐고? 이게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제껏 수없이 겪어왔기에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주고 싶어도 그게 잘 안된다.

정말, 창업 그거 하면 다 되나? 실업율을 줄이고 경제활동인구의 수를 늘리려고 1인 창조기업이나 각종 창업에 대한 잇점들을 강조하는 정책들과 이를 알리는 언론플레이도 꽤 많이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영업자 비율을 가지고 있다. 자영업자, 분명 창업이다. 그들도 상당수는 1인 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시한폭탄을 안고사는것 처럼 위태롭다.
창업은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창업을 통해서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게 더 중요하다. 당장 사무실 빌려서 간판 걸고 사업자 등록내면 누구나 창업자가 되고 누구나 사장이 된다. 실업자에서 창업자가 되면 분명 수치에선 실업율이 줄어드는게 맞다. 하지만 창업하면 정말 다 성공하나? 다 먹고살만해지는가?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모든 실업자들이 일순간에 창업자가 되면 일시적으로 실업율도 팍 줄고, 창업하면서 발생한 경제유발효과도 생겨서 경기 부양도 일시적으로 된 것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창업한 후 실패해서 다시 실업자가 되어보라. 실제로 그럴 확율은 90% 이상이다. 여전히 실업율은 제자리지만, 그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로 인해 신용불량자만 엄청나게 양산할 수 있고, 그런 지원사업에 들어간 세금도 다 손실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건 창업을 부추길게 아니라, 기존의 큰 기업들의 고용 확대와 창업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창업만 하면 다 해결되는게 아니기에 무책임하게 창업신드롬만 부추기는건 너무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접근이다. 창업은 성과를 거뒀을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지 사무실 내고 사업자등록 낸다고 완성되는게 절대 아니다.

정말, 출산 그거 하면 뒷일은 책임져주나?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아이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수십년간 경험케했기에 점점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무슨 구호 외치듯 아이를 낳자고 떠들어선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출산 이후의 양육, 즉 어린 아이를 보육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교육하는 것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혼자 벌어선 아이를 키우긴 커녕 두사람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고용이 보장된 사회도 아니어서 법적으로 주어진 출산휴가도 마음껏 쓰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아이를 낳아도 전업주부가 아니고서야 맡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보육비용도 비용이지만, 사회생활하다보면 아이를 좀더 길게 그리고 필요할때는 밤이나 주말이라도 맡길 일이 꽤 발생한다. 좋은 공립보육시설은 경쟁률도 만만치않고, 대기업에서 일부 사내 탁아소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아주 드문 일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사교육비용도 무서운 수준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다, 가뜩이나 고학력지향의 사회분위기다보니 입시를 위해 가정경제를 올인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걸 개인적 선택이라 치부하며 낳는것만 지원하고 낳고나서 키우는건 개인의 몫이라고 얘기하는건 넌센스다. 출산율이 높아져야하는 것은 국가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지 않는가.

출산률 높이고자 한다면 예비부모들에게 아이 낳자고 애국심과 가족애에 호소할게 아니라, 낳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양육환경이 제공되기에 경제적 부담 없이 키울 수 있음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출산율 높이자는 구호와 출산장려금 몇푼에 혹해서 아이 낳기를 주저하던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아이낳을 확율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출산장려는 너무 이벤트적이고 정치적이다. 심지어 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에 출산장려를 테마로 한 것 까지 나왔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송을 통한 계몽운동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방송에서 그런걸 하지 않더라도 출산환경, 즉 세금으로 양육을 책임지고 공교육만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형적인 입시위주교육을  해결한다면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다. 아이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든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 아이를 못낳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최근엔 출산율이 많아 높아졌지만 그들도 예전에는 지금의 우리와 같은 수준일 때가 있었다. 그들에겐 있고 우리에겐 없는 것이 바로 양육과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다. 출산휴가는 엄마 뿐 아니라 아빠 까지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기업마다 지역마다 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어서 맞벌이하는 사람들이 전혀 불편함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 자극적인 출산장려금 정책이나 방송의 출산장려 버라이어티와 광고캠페인에 들어갈 돈들 다 모아서 보육시설이나 더 짓고, 기업들에게 사내 탁아소 설치에 대한 지원이나 더 해주는게 어떨까. 출산율은 아이 낳는데서 완성되는게 아니라, 아이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불편과 불안을 없애가는데서 완성되는거다.

출산율과 실업율에 대한 대응만 공통점을 가지는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유사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설마 이것도 트렌드여서 그러는건 아닐테지? 제발 이런건 좀 따라하거나 배우지 말고, 부디 좀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머리를 써보라. 프랑스가 출산율 2명을 만드는데 100년이 걸렸다는 얘기를 흘려듣지 말자. 국가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고, 정치인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처리해선 안되는 문제란게 있다. 그러려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막론하고 부디 긴 호흡으로 문제를 함께 처리해보길 권한다. 그런 문제 처리 방식이 부디 우리나라의 트렌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부디!!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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