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심령(福至心靈:복이 이르면 마음이 밝아진다)
                                                                               -무등을 보며



명심보감 성심편 제 27장에 보면 인빈지단(人貧智短)하고 복지심령(福至心靈)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사람이 가난한면 지혜가 잛아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이 밝아진다는 뜻이다.







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누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이 시는 미당 서정주가 1952년 조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때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의 자서전에 보면 월급이 한달에 겉보리 열닷말로 가난하게 살던 때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무등산을 보았는데 고단한 현실과는 달리 눈부신 햇빛 속에 꿋꿋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으며, 그것이 어쩌면  오랜 부부의, 오후의 휴식의 모습 같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아내는 너무 피곤하여 엇비슷이 누워 있고 남편이 그 누운 아내의 옆에서 고단한 이마를 짚을 자세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물질적인 궁핍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게는 하지만 사람의 타고난 본성까지 가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여유있고 넉넉한 태도로 가난을 극복하자는 지혜를 깨달은 것을 보여주는 시가 이 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보면 우선 1연에서는 자신있게 가난이란 한낱 우리 몸에 걸친 헌 누더기 같은 것이고 ,우리의 타고난 마음씨는 물질적인 궁핍으로 인하여 찌들기는 커녕 오히려 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식들 또한 산이 그 기슭에 기품있는 향초를 기르듯 우리도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고 자식을 기르고,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무등산처럼 부부가 서로 믿음과 사랑으로 그것을 극복하며, 5연에서는  물질적 삶의 어려움속에서도 여유있는 삶의 자세를 잃지 말자는 지혜를 형상화하고 있다.



사람이 가난하면 물질적으로만 어려워야 하는데 마음도 지혜를 발휘하기는 커녕 도리어 나쁜 생각만이 들고 절망하면서 더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마음을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자세로 살다보면 다시 좋은 운도 오고 지혜도 밝아져 계획도 잘 세우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시가 이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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