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강력한 소비자의 힘이다. 무슨 얘기냐하니, 최근에 일어난 베스킨라빈스 해프닝에 대한 얘기다. 하필이면 그들이 상대한 소비자가 변호사였다. 이 일은 정의는 승리한다는 상식적인 교훈을 검증해줬다. 다만 정의가 승리하는 과정이 참 길고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했다. 상식이 안통하고, 정의가 쉽게 승리하지 못하는 현실, 그게 더 씁쓸하게 한다.

지난해 여름에 베스킨라빈스의 일본여행 경품에 당첨되었던 한 소비자가 있었다. 당첨된 소비자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여행을 가려고 했다. 이벤트에선 성수기와 숙박일수에 대한 명시는 없었기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성수기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무료호텔 숙박도 1박으로 줄었다. 이벤트에서 말한 내용과 당첨되었을때 하는 말이 달라진 것이다. 겨우 110만원 정도 안주고 버티나가 창피를 크게 샀다. 엄밀히 말하면 110만원이 아니라 11만원을 덜쓰려고 하다가 수십억에 이를 이미지 추락에 따른 손실을 자초한 것이다. 사실 항공권은 일본항공사의 협찬이었다. 숙박을 1박 더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겨우 11만원(당첨자에게 제시한 호텔의 1박 요금으로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가 밝힌 내용에 근거)이었다. 11만원 덜 주려고 소비자를 화나게 한 것이다. 그럴거면 경품이벤트는 왜 하는가? 11만원도 쓰기 싫어서 이런저런 말바꾸기를 한 셈이니까.

사실 여기까지는 그동안에도 어디선가 있어왔던 경품 관련 불만의 기본적인 스토리다. 안타깝게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품들이 종종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달랐던 것은 듣보잡 같은 작은 회사가 아니라, 번듯한 큰 회사였다는 점이다. 년간 3500억원 이상의 매출에 300억원대의 이익을 달성하는 기업이다.  거기다가 경품당첨자의 직업이 변호사였다는 점, 그녀의 남편이 홍보전문가였다는 점도 기존과 다른 스토리를 전개시키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스토리라면 억울하고 분해도 그냥 참고 말았다. 일반인이라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비용을 물어가면서까지 이런 소송을 할 수 있었겠나.
그녀가 변호사였기에, 그리고 남편의 홍보전문가였기에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려서 법적으로 조처하고, 마지막엔 언론까지 활용하면서 통쾌한 한방, 소비자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 것이지, 일반인들이었다면 벌써 포기하고 베스킨라빈스가 하자는대로 했을 것이다. 억울해도 소비자는 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귀찮고 짜증나서라도 그냥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겐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변호사가 법대로 해도 7개월이 걸렸는데, 법의 힘을 빌지않고 일반인이 싸워서 이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기업이 신문에 나는건 대개 두가지 이유다. 홍보를 제대로 해서 나오거나, 아니면 사고를 쳐서 나오거나다. 베스킨라빈스가 모든 일간지을 도배하다 못해 방송뉴스에도 크게 언급된 일이 있었다. 당첨된 경품 미지급에 대해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입금을 지연하자 결국 강제집행을 하고 베스킨라빈스의 본사인 비알코리아의 에어컨 4대를 압류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이 그깟 110만원 때문에 압류를 당한 뉴스라면 해당 기업으로선 참 부끄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게 다 까발려지고 창피는 다 당하고 결국 줄 돈 다 주고 고위 임원이 고개숙여 사과까지 하며 일단락 되었다. 비알코리아는 SPC 그룹의 계열사인데 이 일이 그룹 본사도 당연히 알게 되고 베스킨라빈스의 그 담당자는 책임을 피하진 못했을 것이다.

아마 베스킨라빈스의 담당자도 변호사와 홍보전문가의 조합으로 이뤄진 부부와 싸울(?) 줄 알았다면 애시당초 이런 문제까지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설마 어쩌겠어' 했을 것이다. 그냥 제풀에 지쳐 저라다 말겠지 했을 것이다. 그런걸로 추정컨데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분통터뜨린 누군가가 분명 있을거라 여겨진다. 어찌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그렇게 비상식적으로 소비자 대응을 할 수 있겠는가. 소비자들이 해봐야 별 수 없을거란 시대착오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지 않고서야 절대 그럴 순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 담당자는 트렌드에 둔감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소송까지 한 것일까? 말바꾸기하던 베스킨라빈스의 담당자가 무성의하고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에 소송을 걸어 올해 2월에 배상금을 직접 받을때까지 무려 7개월이 걸린 일이다. 110만원 받자고 7개월을 신경쓰는건 경제적으로도 참 비효율적이고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보자면 분명 손해보는 장사다. 웬만큼 소비자를 자극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겐 인터넷이란 무기가 있다. 최대한 활용하면 법적으로 하는 해결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소비자의 힘을 만만히 봐선 큰코 다친다.

외식업계는 크고 작은 경품행사가 참 많다. 그러다보니 경품당첨에 따른 문제도 발생할 소지가 높은게 사실이다. 실수로 그러는거야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런데 실수가 아닌 서비스마인드 부재 혹은 문제발생시의 대응시나리오 부재에 해당되는 경우는 큰 문제다. 그것도 조그만 구멍가게가 아니라 수천억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들에서 그런거라면 더더욱 큰 문제다. 이번 베스킨라빈스의 일은 같은 외식업계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고객의 신뢰를 잃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다들 아는데, 왜 그런 지경까지 일을 만들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다. 작정하고 욕먹으려한건 아닐텐데.

기업에서 소비자 인사이트를 화두로 내걸고, 소비자와 소통하고 많은 노력을 한다. 소비자는 늘 기업 입장에선 트렌드의 중심이고, 소비자의 힘이 점점 세지는 것도 트렌드다.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늘 강조하고 관련 교육도 많이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함부로 구는 못된 기업들의 사례는 볼 수 있다. 부디 이런 일을 앞으론 그만 봤으면 한다.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을 위해서라도.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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