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귀기이천인(勿以貴己而賤人-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라 )

                                                            -나는 왕이로서이다







명심보감 정기편 제 3장에 보면 태공(太公)이 왈(曰) 물이귀기이천인(勿以貴己而賤人)하고 물이자대이멸소(勿以 自大而蔑小)하고 물이시용이경적(勿以恃勇而輕敵)하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나를 귀하게 여김으로써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고 스스로 크게 여김으로써 남의 작음을 업신여기지 말며 용맹을 믿음으로써 적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뜻이다.



이 글은 사람다운 사람은 자기의 지위가 높을수록 몸을 낮추고 지식이 많을수록 표면에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으로 겸양의 미덕에 대한 글이다. 이런 겸양의 미덕은 요즘 이야기하고 있는 서번트 리더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



서번트 리더십은 그린리프(R. Greenleaf)라는 경영학자에 의해 소개된 것으로 그린리프는 헤세(H. Hesse)가 쓴 『동방 순례』라는 책에 나오는 레오(Leo)의 이야기를 통해 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레오는 여행하는 순례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허드렛일들 했던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레오가 사라져 버리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혼돈에 빠졌다. 그 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레오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가 순례자들의 진정한 리더였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레오와 같이 다른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있어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도와주는 리더십이다. 결국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다른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Drucker)도 『미래 경영』에서 지식시대에서는 기업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도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리더가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리더가 부하들을 위하며 부하들의 리더십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서번트 리더십 위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요즘 극장에서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 상연되고 있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친 세종대왕의 이야기로 역사실록에 기록된 즉위 전 충녕대군의 모습은 종기가 날 때까지 책만 읽고, 바깥 활동을 꺼려하는 소심하고 나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양녕이 폐위되고 왕위에 올랐던 3개월간의 기록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하여 장규성 감독은 세종 즉위 3개월 전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줄거리는 태종의 셋째 아들인 충녕은 책만 읽고, 씹던 나물도 뱉어버리는 철저한 육식주의자이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태종은 양녕을 폐위하고 충녕을 세자로 앉히겠다고 하고, 왕 되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충녕은 결국 월담을 한다. 이때 궁밖에는 덕칠이란 노비가 살았는데 짝사랑하던 수연 아씨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명나라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낫 한 자루 들고 궁으로 향하고, 그 와중에 우연한 사고로 덕칠은 충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신분이 뒤바뀌어 노비가 된 충녕은 온갖 고초를 겪고, 백성들의 고달픈 현실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점점 성군의 기질을 갖춰가고 또한 자신이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배워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충녕은 아무 것도 할 줄 몰랐고, 그를 구하러 온 호위무사 해구가 무술실력이 부족해 같이 잡혔다가 도망가는 중에도 해구에게 처음에는 업혀서 도망을 간다. 그런 충녕이 나중에는 그도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다친 해구를 업고 도망을 가서 왕이 되는 즉위식에 참석한다. 이것을 보고 진정한 리더는 자기를 낮추고 아랫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비로써 떠돌아다니다가 학정에 시달리는 노비들을 구해주고 그들을 진심으로 치료하고 황희정승과 함께 남의 집 곳간을 털어 쌀도 훜쳐내는 장면에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섬김을 받는 왕이 아닌 가난하고 힘든 백성들이 진정으로 잘 살기를 바라고 그들을 위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적 상상력이긴 하지만 이런 항목들이 현실에서도 작용했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누구보다도 위대한 성군이 되었고 그는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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