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 (多才: 재물이 많으면)

                                                - 돈의 맛





명심보감 성심편 26장에 보면 소광(疏廣)이 왈(曰) 현인다재(賢人多才)면 칙손기지(則損基志)하고 우인다재(優人多才)면 칙익기과(則益其過)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어진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지조를 손상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한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소광이 한 말로, 소광은 전한(前漢) 선제 때 사람으로 대부의 높은 지위에 있다가 나이가 많아 벼슬을 그만두니 선제와 태자가 많은 재물을 내렸다. 그는 그 많은 재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옛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재물을 자손들에게 남겨주기를 권하자 이와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재물이란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것으로 재물이 없을 때는 뜻이 있고 올바른 길을 가던 사람이 재물이 많아지게 되면 교만한 마음이 생기고 정도에서 벗어나 물질에 좌우되는 수가 많다. 또한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아지면 일의 옮고 그름을 판단할 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교만 방자하여 인간의 길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요즘 극장에서는  칸국제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란 영화가 상영중이다.

<돈의 맛>은 현금 다발을 집안에다 쌓아놓고 사는 재벌가의 이야기로 편법 상속과 외화 밀반출, 외국기업과의 협잡, 떡값을 고리로 한 정치·사법권과의 유착 등 재벌의 비리뿐 아니라 난교, 불륜, 연예인과의 밀회 등을 영상과 대사로 담았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거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돈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첫 장면에서 윤 회장은 현금 지하창고에 들어서며 비서인 주영작에게 “돈의 맛 좀 보라”면서 챙기라는 대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윤회장은 “돈에 중독돼 끊기가 무서웠다. 원 없이 펑펑 썼지. 근데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말한다 재벌 집의 사위가 돼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부를 만들기 위해 나쁜 짓을 일삼으며 돈의 맛에 길들였졌던 자신의 모습을 그는 “모욕”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한다. 그리고 결국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돈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람이 백금옥이었다고 본다. 딸이 얘기했듯이 엄마는 엄마 자신과 할아버지의 돈만을 사랑했던 여자이고, 돈과 권력을 위해서 살인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고 있다. 그리고 돈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여 인간의 길을 벗어나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는 그외에도 돈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 백금옥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하녀, 아들을 통해  나쁜 짓을 일삼고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돈의 맛에 길들여지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뭔가 더 이야기할 것이 많은데 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었다.



하긴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이미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돈은 이미 배척하거나 나쁘다고 할 만한 대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은 교환가치이며, 올바르게 사용할 때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부자가 무조건 나쁘다라고 하는 시각도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돈에 맛에 너무 길들여지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마 이런 저런 생각들이 임상수 감독이 이 영화에서 뭔가 해야 할 말을 덜 하게 만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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