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득수기정(各得輸其情: 백성으로 하여금 각각 그들의 뜻을 펴게 하라)

-가비



명심보감 치정편에 보면 유안례(劉安禮)는 문임민(問臨民)한대 명도선생(明道先生)이 왈(曰) 사민(使民)으로 각득수기정(各得輸其情)이니라 문어리(問御吏)한대 왈(曰) 정기이격물(正己以格物)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도리를 물으니 명도 선생이 말씀했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각 그들의 뜻을 펴게 하라” 아전을 거느리는 도리를 물으니 “내 몸을 바르게 함으로써 남을 바르게 하라”했다는 뜻이다.



즉 여기서 수기정( 輸其情)은 그 뜻을 관청에 전달하는 것이라는 뜻이기에 즉 관청은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백성들의 고충을 듣고 건의를 받아들여서 이를 반영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백성들이 괴로움을 덜어주고 백성들을 잘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리(御吏)는 아전을 통솔한다는 뜻도 되나 부하를 통솔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랫사람을 통솔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1896년 2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시기인 1896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사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그린 영화인 <가비>가 극장에서 상연중이다. 여기서 가비 (加比)는 커피(Coffee)의 영어발음을 따서 부른 고어(古語)이다. 또한 이 작품은 김탁환의 베스트셀러 '노서아가비'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내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고종의 모습이었다. 이것은 물론 배우 박희순씨라는 연기자의 몫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고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제국주의와 열강의 자본주의들이 침입해 오는 혼란스런 시기에 왕이 되어 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뒤 황제라 칭했고, 광무개혁을 실시했다. 그리고 1907년에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해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부당성을 세계에 호소하고자 했으나, 이 사건으로 폐위되고 말았다. 1919년에 죽었는데 그의 독살설은 3·1운동의 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 고종황제는 비록 제국주의 열강속에서 무능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고, 늘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었지만 영화속에서 보면 그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라를 위해 대한제국을 건설하고자 노력했고 백성을 사랑했고, 백성을 위해 늘 고민했던 모습으로 그렸다.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 그런 마음이 통하여서 주인공인 따냐는 고종을 암살하기 위해, 왕이 즐겼다던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로 들어가지만 결국은 나라와 왕을 걱정하는 인물이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선의 역관이었다. 따냐는 아버지가 임금이 의심이 많아서 자기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죽였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따냐는 조국과는 상관없이 어린 시절 이후 줄곧 러시아 등지를 떠돌아 다니며 도둑질을 하면서 산다.



그런 따냐가 왕이 아버지의 일을 알고 있고, 왕이 한 일이 아니라 아버지가 충신이어서 일본에 의해 살해 된 것이며, 그 일을 왕은 지켜주지 못해 매우 미안하고 마음 아파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리치 또한 한 여자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가 나라를 위하고자 한다. 그렇게 나라에 대한 사랑과는 무관했던 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왕이었다고 본다.



또한 영화에서 보면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따냐와 일리치의 한국 이름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위해 살아갔던 사다꼬를 보면서 나라의 흥망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나라는 잘 되어야 한다. 또한 좋은 정치인과 정치제도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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