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녀(賢女: 어진 여자)

- 남편

명심보감 치가편에 보면 태공(太公)이 왈(曰) 치인(癡人) 은 외부(畏婦)여 현녀(賢女)는 경부( 敬夫)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한다는 뜻이다.



즉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통솔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사물의 도리를 알기 때문에 남편을 소중하게 알아 공경한다는 뜻이다.



3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올해는 흑룡의 해로 좋은 해고 3월이 두 번 있는 윤달이 드는 해이다. <동국세기>에는 윤달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에 좋으며 모든 일에 부정을 타거나 액이 끼치지 않는 달로 윤달이 일상생활에 어떤 일을 해도 꺼릴게 없는 달이라고 했다.



속설에는 결혼은 안좋다고 하고 반대로 택일도 안하고 결혼도 한다고 했는데 조상들이 생각하기에 윤달은 귀신들이 인간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달이라고 생각했으니 택일도 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아닌가 싶다.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결혼, 한 사람들은 뭐 별거 아니겠지만 안한 사람에게 이것처럼 신기한 일도 없는 것 같다.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그 사람이며, 정말 생판 모르는 남이 가족이 되어 한 집 살림을 한다는 것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처음 신혼 살림을 시작하면 여자들은 화장실가기도 어렵다고, 하여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좋은 것도 있지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웬수가 따로 없다고 하고 편안해지면서도 온갖 감정의 격동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도 시처럼 이 사람밖에 없고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그래서 밥을 차려주는 남자라고 한다.



요즘은 여자들의 전성시대라는 생각을 한다. 경제, 육아, 가정의 대소사를 여자들이 다 정리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집안에서 외로워지고 소외된다. 애들도 아버지는 잘모르거나 아예 집안 일에는 무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것은 요즘 말하는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에서 오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집안에서 여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결혼 정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옛날 전설속의 월하노인이나 삼신 할매가 개입이나 음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여간 그런 것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내는가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진 여자는 사물의 도리를 알기 때문에 남편을 공경한다고 한다. 공경이라는 단어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전생과 현생과 미래의 인연이 있어 만난 사람이니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문정희: ( 1947-)

전남 보성군 출생, 1969년 월간문으로 등단, 명성여고 교사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1976년 제 21회 현대문학상 수상, 2010년 스웨덴 제 7회 시카다 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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