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조직의 리더들은 저마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특강, 파트너 게임 등을 통해 조직원의 소통과 화합력을 확고히 하고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해도 해도 안되는 게 있다.

다음의 문제를 맞춰보라. 한 조직이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몇 명의 인원으로 구성해야 할까? 100명?, 1,000명?, 많을 수록??. 물론 많을수록 소통이 어렵다는 것은 대충 눈치챘을 것이고… 그렇다면 몇 명이 가장 적합할까? 세계적인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의 제조사인 고어(Gore)는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제한하여 운영한다. 한 공장의 직원수가 150명이 넘으면 다른 지역에 다른 공장을 짓는다. 경제적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 고어는 왜 이런 조직 운영방식을 고집하는 걸까?

최근 영국 출신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bbar)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트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가 5,000명이 넘는 사용자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라고 주장한다. 이 관계는 달리 표현하면 예고 없이 불쑥 저녁 자리나 술자리에 합석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특히 아주 끈끈하게 소통하는 사람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디지털 세대의 친구 숫자가 수천 명 단위로 늘어난 상황에서 아무리 많은 인맥이 형성되더라도 진짜 친구의 숫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이를 ‘던바의 법칙’이라고 한다. 또한 던바 교수는 원시 부족 구성원 평균수가 150명 안팎이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주장했다.

위의 주장을 받쳐주는 근거가 또 있다. 로마시절 ‘백장군’이라는 직위가 있었다. 백장군은 딱 100명의 군사만 거느린다. 왜냐면 군사의 수가 많으면 이동시에 적에게 쉽게 노출이 되며, 기동성과 소통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의 공격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100명의 인원으로 구성한다. 원시 부족이 150명 안팎의 부족 구성원으로 구성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아마 군대를 다녀오신 분은 아시겠지만 대략 한 중대의 인원수는 몇 명 이었는가? 100명 정도이다. 요즘은 통신기술이나 인터넷 기술이 발달되어서 150~20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저널리스트 맬컴 글래드웰은 잠시, 누군가가 죽었을 때 당신을 진정으로 망연자실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전부 기록해보자고 제안한다. 대다수 사람에게서 나온 평균적인 대답은 12명 정도였다. 심리학자들은 이 12명 정도의 이름들을 ‘공감 집단’이라고 불렀다. 글래드웰은 이 집단의 크기가 더 커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그런 목록이 두 배로 길어져서 30명쯤 된다면 결과적으로 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에게 절반의 시간만을 할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과 여전히 절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려면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단지 시간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정서적인 에너지 역시 투자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깊이 배려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다. 어떤 특정한 지점, 즉 10명에서 15명 선에서 우리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만약, 현재 당신의 조직이 150명으로 넘어섰다면 이미 소통이 안되는 구조 속에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많은 교육이나 비즈니스 게임을 해도 한계가 있다. 조직을 잘게 쪼개서 소통하라. 큰 조직이지만 잘게 쪼개서 부문별로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라. 정서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그 공간 말이다.

글. 경영평론가 정인호 /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