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왕각(滕王閣)

       - 슬럼독 밀리어네어







명심보감 순명편( 順命篇)에 보면 시래풍송등왕각(時來風送滕王閣)이요 운퇴뢰굉천복비(運退雷轟薦福碑)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다음과 같다. 때가 오니 바람이 왕발(王勃)을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이 물러가니 벼락이 천복비를 때렸다는 뜻이다.




이 글은 당나라 때 도둑 염백서가 남창에다 등왕각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낙성연(落成宴)  자리에서 사위에게 서문(序文)을 짓게 하여 사위자랑을 하려 했다. 이때 왕발은 동정호 부근에 있었는데 남창과의 거리가 700 리나 되었다. 그런데 등왕각의 낙성식 날이 9월 9일이었는데  7일 밤 꿈에, 어떤 백발노인이 나타나 9월9일 남창에서 베풀어지는 등왕각 낙성연에 참석하여 등왕각 서문을 지으라는 것이다. 왕발이 꿈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너무도 생생해서 가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바람이 어찌나 순풍이며 빨랐던지 9월 8일 하루에 700 리를 달려서 그 날 밤으로 남창에 도달하였고 왕발은 9월9일에 낙성연에서 <등왕각 서>를 써서,  사위의 글 자랑을 하려 했던 염백서를 무색케 했을 뿐만 아니라, 길이 후세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글을 썼다. 특히 당시 왕발의 나이가 14세라는 데서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왕발은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 따라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송나라 때 가난한 서생이 한 명 있었는데 천복산에 있는 명필 구양순이 쓴 천복비의 비문을 탁본해다 주면 막대한 보수를 주겠다는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희망에 부풀어 천복사을 향하여 갔다. 그러나 천복산에 도착한 그날 밤 벼락이 그 비석을 때려 산산조각을 만들었다. 따라서 이 가난한 서생의 희망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참으로 운이 나쁜 사나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때가 이르면 왕발처럼 모든 일이 잘되고 운수가 쇠퇴하면, 가난한 서생처럼 천복사에 도착한 날 비석이 벼락에 맞아 부서지듯 안되는 것이다.




중국 당대의 문학가인 왕발과 비슷하게 행운이 따랐던 사람이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민가에서 자라고 고아인 자말이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한다.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TV의 퀴즈쇼는 진행자 프렘과 1:1로 마주 앉아 4지선다형 문제 중에서 하나를 맞추면 되는데. 만약 도전을 포기하면 그때까지의 상금을 모두 가질 수 있지만, 답이 틀리면 지금까지 확보한 모든 상금이 수포로 돌아가는 방식의 퀴즈쇼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자말을 무시하지만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 오르게 되는데, 인도의 빈민가 슬럼독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여 바로 경찰에 잡혀간다.  




 하지만 자말이 퀴즈쇼의 문제들을 모두 맞출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관련된 것이기에 맞출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가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이 밝혀지게 되는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같이 자랐던 라띠까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자말은 라띠까도 만나 사랑도 찾고 퀴즈도 다 맞추는 행복한 결말로 끝맺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자말은 운이 참 좋은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자말은 어린 시절을 인도의 뭄바이의 비참할 정도로 가난한 환경속에서 자라났고  종교분쟁으로 인해 엄마를 잃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과, 라띠까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말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말은 고아였고 거리에서 자랐지만 절망하지도 않고 헛된 꿈을 꾸지도  않으며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늘 자신의 삶을 씩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에서도 그는 답을 모른다. 그래서 잔화챤스를 이용해 답을 알기 위해 라띠까와 통화하지만 그녀 역시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긍정하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것이 그의 운을 좋게 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때는 오고 가는 것이어서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고, 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 힘들어도 늘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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