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수익(謙受益: 겸손하면 이익을 얻게 된다.)

           -노천명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명심보감 안분편(安分篇)에 보면 서경(書經)에 왈(曰) 만초손(滿招損)하고 겸수익(謙受益)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서경(書經)≫에 말하길 “가득 차면 손실을 부르게 되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게 된다. 는 뜻이다.




이 글은 가득 찬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 가운데는 몸이 극도로 귀하게 되는 것을 꺼려서 벼슬을 사양하는 경우도 있었고 명예가 많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몸을 근신하는 이가 많았다. 명예와 권세가 많으면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겸손한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그를 친하고 도우려고 하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 욕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는 마을

놋양푼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노천명, 사슴, 미래사, 1991.








노천명은 1930년대에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하고 <조선중앙일보>에 학예부 기자일을 시작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산호림』이라는 첫 시집에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시인이다.




그러나 6.25전쟁 때 피난을 가지 못해서 문학가동맹에 가입하여 그들의 활동에 협력하였고 9.28 수복 후 반역문화인으로 서울시경 수사본부에 잡혀가 조사받은 후 부역자 처벌 특별법에 의해 20년 실형을 선고받고 서대문 형무속에 수감되었다가, 이헌구, 김광섭 등 문인들의 석방 운동으로 출옥하였다.




 이 시는 노천명이 옥에서 석방된 후 지은 것으로 보인다. 겸손한 삶에 깃든 기쁨과 진정한 행복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 시로, 이름을 얻고 영광된 삶보다도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산골 초가 지붕에 박 넝쿨을 올리고 삼밭에는 오이랑 호박을 심고 넓은 하늘과 빛나는 별 아래 놋양푼에다 수수엿을 녹여 먹으면서 좋은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옥중체험과 남성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떤 면에서는 선구적 여성시인이었고, 미모의 독신여성이었지만 , 현실에서에의 입신이라는 것이 덧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사는 삶이 여왕으로서의 삶보다도 더 진정한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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