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책장을 정리하다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눈에 띄어 다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미국 뉴욕대 교수인 대니얼 앨트먼(Daniel Aitman)이 지은 「10년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청림출판, 2011)라는 책이죠.

 

이 책은 총 12개의 꼭지로 세계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는데, 저에겐 모든 꼭지가 흥미로워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다시 책을 펼쳐 들면서 먼저 눈에 들어온 꼭지는 다름 아닌 식민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 새로운 식민지 개척시대의 도래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 제국들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본격적으로 군대를 파견하여 무력으로 그 나라 정부를 굴복시키고 식민 지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으로부터 생산되는 거의 대부분의 자원과 제품을 자국으로 가져가 치부를 하게 되죠.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나고 그들은 식민지 국가들을 하나 둘씩 독립시켜 줍니다. 2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이나 일본이야 전쟁에서 졌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승전국인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들도 식민국가를 독립시켜 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2차 대전을 치르면서 많은 자원을 낭비했던 이들 국가들은 식민지를 유지하기에 힘이 부쳤던 겁니다. 따라서 머나먼 식민지 국가에 군대를 파견하여 그들을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그 곳을 독립시켜 주고 소비시장으로 만들어 그곳에 물건을 팔아먹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죠. 이렇듯 게임의 법칙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식민지는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앨트먼은 세계 경제는 다시금 식민지 경제의 시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시금 소비시장보다는 식민지 개척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거죠.

 

“유럽 국가들의 식민주의가 막을 내린 지 반세기 만에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 의해 무력으로 정복당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 스스로 영토와 자원을 파는 식으로 식민지화되고 있다.” (본문 86페이지)

 

저자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3세계 공략을 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가 부패한 아프리카 정부에 접근하여 얼마의 금액을 지불한 후 그들 나라가 가진 광산이나 농경지의 권리를 양도 받는 것입니다. 부패한 아프리카 정부에서는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국가의 소중한 자원을 팔아버리는 것이죠. 나중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을 해도 정부차원에서 저지른 일이라 어쩔 도리가 없게 되는 거죠.

 

“과거처럼 국토 전체를 점령하지 않고 영토의 일부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식민지 개척 현상은 거의 강제에 가까운 정치적 또는 경제적 협정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06년 잠비아의 행정장관인 앨리스 지망고는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광산의 노동자들이 동물처럼 학대받고 있다며 며칠 동안 광산에 대한 영업을 중지시켰다. 최근에 아프리카노동연구네트워크(African Labor Research Network)가 조사한 10개 국가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임금과 근로환경 측면에서 가장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문 87페이지)

 

 

◆ 우리의 모습

 

이쯤 되면, 여러분들은 중국과 같은 나라가 저지르고 있는 행위에 대해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식민지를 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식민지’라는 말 자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캄보디아는 아프리카, 러시아, 남아공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기관이 눈독을 들인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캄보디아 농부들은 개발자들이 들어올 때까지 토지 매각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군대가 오히려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나타난 뒤에야 토지 매각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본문 88페이지)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과거 식민지로 고통을 받았던 우리나라 역시 현재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 개척을 위해 해외로 손을 뻗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과연 미래의 더욱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미명하에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아니면 과거 우리가 고통 받았던 식민지 시절을 떠올리며 이런 일은 애초에 그만두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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