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차 양적완화(3QE)를 시행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부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겁니다. 기존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로 매달 450억 달러의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것까지 합하면 연말까지 매달 850억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국 연준이 매달 850억 달러의 돈을 찍어서 시장에다 퍼붓겠다는 이야기인 거죠.

 

3차 양적완화의 영향은 태평양 건너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넘쳐날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급등을 한 거죠.

 

그야 말로 「달러 다일루션(dilution)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다일루션(dilution)’이란, 우리말로 ‘묽게 만든다, 희석한다’라는 뜻입니다. 금융에서는 주로 주식의 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죠.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수한다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수는 똑같지만 보유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어 그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든다, 희석된다는 개념이죠.

 

따라서 자신의 지분이 ‘다일루션’이 되면 돈을 더 투자해서 주식수를 늘이지 않은 이상, 해당 회사에 대해 과거와 똑 같은 크기의 파이를 얻을 수는 없게 되는 것이죠.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있는 유일한 나라, 미국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의 다일루션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럼 이와 관련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단순화시켜서 한번 볼까요?

 

전세계에 달러가 총 200만 달러가 있다고 해보죠. 중국은 열심히 피땀 흘려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을 합니다. 당연히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겠죠. 작년에는 총 200만 달러 중에서 5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전세계 달러의 1/4을 차지하는 금액이죠.

 

하지만 올해는 더욱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날밤을 세워가며 기술도 개발하고 제품관리도 잘하고 해서 급기야 1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더욱더 부자가 된 느낌이죠. 올해는 전세계 달러의 1/2을 차지하는 돈을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200만 달러를 더 찍어냅니다.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니까요. 순식간에 전세계 달러가 총 400만 달러가 되어버립니다. 그럼 열심히 일해 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중국은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전세계 달러의 1/4을 차지하는 금액을 벌어들인 것과 같은 효과가 되어 버립니다.

 

1년 내내 고생하면서 돈을 2배나 벌어들였는데, 미국이 인쇄기 한번 돌려버리면 그 고생이 허사가 되는 겁니다. 달러의 총량이 늘어나면서 중국이 노력해서 올린 100만 달러는 다일루션(dilution)되어 버린다는 거죠.

 

‘그래도 절대 금액은 100만 달러로 늘어나지 않았느냐?’

라고 위로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돈은 돈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그것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인데, 전세계에 달러의 총량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1달러당 구매력은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중국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100만 달러는 결국은 이전의 50만 달러와 같은 구매력을 가지는 것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중국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작년처럼 50만 달러만 벌어들일 테고 이는 고작 25만 달러의 구매력밖에 되지 않을 테니 말이죠.

 

이게 바로 미국의 양적완화의 힘입니다.

 

세계의 기축통화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의 힘 말이죠.

 

 

억울한 중국, 하지만

 

중국은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돈인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의 지위는 아무나 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신용을 쌓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면 세계인의 시각은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여전히 금융시장을 오픈하지 않았고, 여전히 분식회계가 존재하며, 여전히 공산당 1당 독재국가로 어느 날 갑자기 화폐개혁을 한다거나 외화 반출을 막는다거나 할 수 있는 나라라고 세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게 중국의 딜레마입니다. (물론, 예를 들다 보니 중국을 들었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억울한 것은 다 마찬가지이겠죠.)

 

이번 밴 버냉키의 3차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의 힘을 또 한번 느낍니다.

 

비록 그 결과가 미국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아니면 리먼사태 이후 실시했던 2차 양적완화처럼 또 한번 과잉유동성으로 투기자산 급등의 결과만을 초래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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