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 의식주에서의 디자인의 영향은 어디까지 갔나? 사실 의식주에서 디자인 아닌게 뭐있나? 의식주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결국 디자인은 호사스런 사치품이나 기호품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필수품이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의식주를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의식주의 기본적 필수품에서의 소비의 미덕이 더 좋은 기능의 더 싼 제품을 원하던 소비문화에서 진화하여, 더 멋지고 더 세련되고 더 창조적인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원하는 소비문화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공간은 집과 사무실, 그리고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이동경로인 거리일 것이다. 만약 이들 세가지 공간에서 우리의 시각적, 감성적 불만을 초래하는 디자인이 있어 늘 거슬린다면 어떨까? 집에 있기도 불편할 것이고, 사무실에선 일도 잘 안될 것이고, 거리에선 지나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일상에서의 디자인은 공기나 물과도 같다. 불만스런 디자인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연구는 아직 없지만, 적어도 사람을 스트레스 쌓이게 하고 늙게 만들 개연성은 충분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디자인이다.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그 반대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인 것이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디자인들을 만나고 있다. 그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선 집에서 디자인을 생각해보자. 집안의 벽지나 바닥을 비롯해서, 최적의 동선으로 꾸며진 주방, 옷을 효과적으로 수납하고 코디네이션할 수 있는 드레스룸, 생활 편의 요소와 시각적 심미성이 고려된 인테리어,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이 가구 등 우리의 집을 더욱더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넘친다. 돈의 문제가 제약으로 따를 뿐인 것이지, 이 문제만 해결하면 누구나 더 좋은 디자인으로 집안을 꾸며 더 나은 일상의 풍요를 누리고픈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집을 새로 산다고 생각해보자. 투자가 아닌 거주의 목적으로 말이다. 수많은 매물들을 둘러보게 되는데, 디자인을 고려하며 판단하고 선택하게 된다. 모든 것에서 기능성만 고려하거나 가격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도 아주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신규 분양아파트라면 이런 판단과 선택은 모델하우스에서 이뤄진다. 그래서인지 건설회사에서 디자인에 대한 강조를 점점더 많이 하고 있다. 신규 주택이 아니라면 매물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비포 앤 애프터가 그려질 것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집안의 레이아웃을 디자인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어떻게 구비할 것인지를 머릿속에서 그려내면서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런 관심은 집안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사람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일상의 풍요를 누릴 우리의 베이스캠프로서 가장 디자인화 되어야 할 곳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거니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디자인 효과가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늘 마주하는 사무가구나 복도나 벽면, 사무용 가구 등도 디자인의 산물이다. 오늘날 모든 건물 속의 규격화된 사무가구, 기하학 형태의 단순한 조명과 아무런 장식 없는 깨끗한 벽면 등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이 바로 바우하우스의 유산이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산업 생산에 적합한 예술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독일의 조형대학의 이름이었으나, 이제는 가구와 건축에서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양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우하우스의 양식은 기능주의에 따른 합리적인 기계 미학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은 단순하고 규격화되어야 하기 때문인데, 단순함이 만들어내는 질서와 균형이 세련된 모더니즘이 되고 있다.

사무용 가구 중 의자는 아주 중요하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일 것이다. 의자는 단순한 심미성보다도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의자의 골격이 나무에서 시작해서 철제로 소재가 바뀌었고, 특히 1950년대에 스틸케이스 사에서 나온 높이 조절이 가능하며 등받이가 젖혀지고 의자가 돌아가며 바퀴가 있어 굴러가는 사무용 의자의 등장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요즘엔 대부분의 사무용 의자에서 보편적이고 당연한 디자인 요소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무용 가구는 ‘가구가 아닌 과학’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여기서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진다. 아울러 사무실의 디자인 요소에 많은 투자를 할수록,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효율성이 더 커지고 사무실 공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공공 디자인은 시각적 심미성과 함께 공공성이 크게 요구된다. 거리의 표지판의 시각 디자인이 정확하지 않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우리는 길을 찾는데 애먹을 것이다. 간판은 어떠한가. 덕지덕지 건물을 뒤덮은 크고 작은 알록달록한 간판은 건물 뿐 아니라 도시 자체를 산만하게 만든다. 무질서하게 난무하는 간판은 거리를 지나치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디자인으로서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가장 먼저 바뀌어져야할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거리에서 마주치는 각종 공공 디자인 요소는 그동안의 문제들을 하나둘씩 고쳐나가기 시작했고, 점점 거리와 도시의 디자인이 시민을 위한 환경권이라는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변모하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공사장 가림막이 디자인화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사장 가림막은 도시의 흉물스런 존재처럼 인식되었었다. 안전 표시가 그려진 노란색 천막이 공사장을 무미건조하게 가려주고, 시민들에게 통행의 불편함과 함께 시각적 불편함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공사장 가림막이 시민을 위한 공공 디자인 역할과 더불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새로운 문화마케팅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신세계 백화점이 본관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면서 외벽을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겨울비>로 장식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 이후 부쩍 늘었다. 
광화문 가림막 상징 조형물을 비롯해 신문로 금호 아시아나 신사옥 신축 현장 아트펜스, 서울역앞 대우빌딩 리모델링 현장의 가림막, 시민의 사진 6만장을 조합해 서울의 모습을 표현한 서울 시청 신청사 건립 공사장의 가림막 등이 디자인으로 옷을 입은 가림막들이다. 이제 공사장 가림막이라고 대충 수습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디자인과 공존하고 있다. 디자인되지 않는 일상의 도구나 요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디자인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할 요소가 아주 많다는 얘기이고, 이런 변신과 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인 것이다. 일상이 바로 디자인의 대상이자 무한한 기회인 셈이다.
디자인을 소비하는 시대다. 디자인이 기능을 앞서서 소비자에게 소구된다. 첨단기술의 디지털기기를 구매하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기능보다 디자인이 먼저인 경우가 많은 것이 요즘 소비자이다. ‘음식이 맛만 있으면 되지’ 라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비싼 레스토랑은 음식값과 함께 비싼 인테리어 디자인과 푸드스타일 등 디자인의 가치도 지불한다. 반면, 음식에서 맛과 멋 모두에 대한 가치 지불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디자인은 제품 구매에서 식당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돈을 내고 뭔가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모두 고려될 정도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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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칼럼의 내용은, 김용섭이 쓰고 6월 중순에 '김영사'에서 출간될 <디자인 파워>에 나오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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