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벤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상원 반기통화정책 보고에서 미국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Unusual Uncertainty”

 

그렇습니다.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지금 미국경제의 전망에만 해당되는 표현이 아닐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20세기를 거쳐 21세기 초반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바이블(Bible)처럼 믿었던 서구의 경제 및 투자이론 자체가 엉터리가 아닐까 하는 바로 그 예감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효율적인 완전 경쟁시장을 신봉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제이론과 투자이론을 진화시켜왔습니다. (아 참! ‘우리’가 아니라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에서였지만요.. ^^;;)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재무학 분야의 쟁쟁한 교수님들 덕분에 머리에 속속 남는 강의를 들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델(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었습니다.

 

CAPM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평균-분산 모형’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는 다름아닌, 모든 투자에 있어서 발생하는 기대수익’과 ‘위험(risk)’을 각각 ‘평균’과 ‘분산’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증권시장의 모든 투자자산에 대한 균형가격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균-분산의 모형을 그려나갈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정규확률분포’입니다. 현실적으로 사회적, 자연적 현상에 기인하는 자료의 분포가 정규분포의 형태에 가깝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박정식,「현대재무관리」5판, 다산출판사刊 에서 인용)

 

<정규확률분포 곡선>

 

 

그런데 과연 세상이 그럴까요?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세상의 모든 일들의 발생확률이 평균을 중심으로 이토록 가지런하고 이쁜 모양으로 분포되어 있을까요?

 

요즘 들어 부쩍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 가정이 잘못되면 그 이후의 설계는 하루 아침에 붕괴되어 버리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고 그리는 세상과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고 그리는 세상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처음 몇 발자국은 비슷할 수 있으나 점점 더 세상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그 차이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은 정규확률분포가 아니기 때문에, 세상이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복잡화 되어감에 따라 정규확률분포를 기준으로 만든 각종 이론들의 아귀가 점점 더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세상은 정규확률분포가 아니면 어떤 분포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불행히도 그걸 아직 모릅니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아무런 규칙도 없는 랜덤(random)한 모습일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말 뼈 속까지 “Unusual Uncertainty” 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참 갑갑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해야 할지 암담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21세기부터는 ‘예측’의 시대가 아니라 ‘대처’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Unusual Uncertainty”의 시대에는 순간순간을 잘 대처해 나가는 사람이 우위에 설 것이라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잘못 알아왔던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이론과도 아쉬운 작별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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