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이래 100년

 

제국주의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입니다.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해도 맞은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하는 게 세상 이치이듯 우리 역시 일제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결코 잊어서도 안되겠죠.)

 

게다가 100년 후인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완전한 사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설령 일본이 완전한 사죄를 한다고 해도 잊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역사적 죄악을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여전히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며 이에 대한 제1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일본에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21세기 동아시아의 경제 및 정치 질서를 볼 때 한일 양국이 영원히 불편하고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서로에게 유리하고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8.15 광복절을 맞이하여 얼마 전 인상 깊게 읽었던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CEO Information 「한일관계 3.0: 克日을 넘어 共進化로」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보고서는 우리의 한일관계를 세 부분으로 나누더군요.

(1) 일제시대는 항일(抗日): 일제로부터 국권과 민족정체성을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때가 한일관계 1.0

(2) 해방 후 지금까지는 극일(克日): ‘일본을 이겨야 한다’와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모든 것을 배격하는 항일과는 사뭇 다른 것이죠. 이때가 한일관계 2.0

(3) 그리고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는 공진화(共進化)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한일관계 3.0 이란 것이죠.

 

* 여기서 앞으로는 공진화를 해야 하는 이유로,

 

(가) 우리가 이제는 일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문화산업)으로 급성장했다는 겁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일본과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기에 일본 조차도 한국경제를 대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거죠.

(참고로 2007~2009년 사이 일본은 수출과 GDP가 각각 35.4%, 6.4% 감소한 반면, 한국은 수출이 2.1% 감소, GDP는 2.5% 성장하여 대조를 이룸 – 동 보고서 p4)

 

(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한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일본의 ‘공진화’는 필요하다는 겁니다. 모름지기 1극(極) 체제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를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여기서 현재 힘이 빠진 일본이나 덩치가 작은 한국의 단독의 힘만으로는 중국의 의도를 막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따라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적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외의 내용은 이 보고서를 첨부해 두겠으니 참조하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솔직히 요약이 잘되어 있는 보고서라 읽는데 20분 채 안 걸리더군요.^^;;

여하튼 복잡하고 미묘한 한일관계. 우리들의 다양한 사고방식만큼이나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은 다양할 듯싶습니다.

 

일본 하면 무조건 싫다는 사람에서부터 일본 홀릭(-holic)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참고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 1위가 일본(32.6%)이라고 합니다. 이어 중국(12.1%), 북한(11.8%), 미국(6.8%) 순 입니다. - 2010.1.11 중앙일보)

 

솔직히 저는 큰 전제로써 SERI 보고서의 내용에 동의하는 쪽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에서 기술한 한일관계 3.0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에 대해 100% 동의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그렇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저도 공진화(Co-evolution)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일본도 이제 한국에 대해, 무시할 나라가 아니며 중국에 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손을 잡아야 할 나라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일본총리의 과거사 사죄 발언에 대해 일본 정가(政家)의 보수세력들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기사에 실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100년 전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빼앗은 놈도 나쁜 놈이지만 빼앗긴 당시 우리 정부(왕과 귀족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경술국치 100년 후인 지금,

우리는 주권을 빼앗은 나라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절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주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어느 누구’가 어쩜 우리 다음세대엔 힘 빠진 일본이 아니라, 급성장하는 중국일지도 모릅니다. 임진왜란 다음 병자호란이었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도 좀더 전략적일 필요가 있을 듯싶습니다.

물론, 여기엔 일본 그들도 예외는 아닐 듯싶습니다.

* 보고서 첨부 : (파일 첨부 기능이 없더군요. 그래서 제 블로그와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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