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본주의 체제가 감히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만이라도 지속되길 원합니다.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개선할 줄 알아야겠죠. 그래야 잔존가치를 더욱더 연장해서 오랫동안 자본주의를 유지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책 한 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가 지은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Flea)」(2001)라는 책입니다. 물론 책의 주된 내용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것이지만 책 중간 중간에 현대 자본주의,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해 놓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2000년도 초반이었는데요. 그때는 IMF를 떠올리면서 읽었었죠. 물론, 공감이 많이 갔지만, 우리가 못나서(?) IMF를 당했다는 부담감이 있어서인지 ‘그냥 그렇구나’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찰스 핸디가 말한 말이 정말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자리를 빌려 책 본문 내용 몇 가지 소개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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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당시,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한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베를린 장벽과 소련 제국의 붕괴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혁혁한 승리를 거두었으나 곧 이어 그 자체의 딜레마로 허덕이게 되었다.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돈이 우리의 생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우리의 우선순위는 많이 뒤바뀌게 되었다. (p19~20 ; 글로벌에서 로컬로)

 

우선 한 가지 사례만 든다면, 민주정부라면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어야 재선될 수 있다. 설혹 그것이 사회 전체의 장기적인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미국의 사회역사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김의경 주]는 미래 사회의 주민들을 햇빛 속에 등대고 드러누워 간질여주기를 기다리는 개(犬)와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우리는 오늘날 그런 정치를 초점 집단 정치(focus group politics)라고 부른다. (p206 ; ‘새로운 자본주의와 그 딜레마’)

 

돈이 유익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라는 사상[이 책에서는 미국의 주류 종교인 퓨리턴(청교도)을 의미함-김의경 주]은 미국 문화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었고 또 그런 사상은 기이하게도 영국인[이 책의 저자 찰스 핸디는 영국인임-김의경 주] 중의 일부 금욕적인 사람들이 물려준 것이었다. (p221 ; ‘미국의 경우’)

 

통계적으로 볼 때, 미국은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제일 불공평한 나라 2위를 차지한다. 미국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는 이론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육체적 완력보다는 지식과 기술을 더 쳐주는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p230 ;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불공평한 나라’)

 

친도구[Chindogu, 珍道具 : 일본어, 1995년 ‘친도구의 세계 The Art of Chindogu’라는 책에서 소개되어 일본은 물론 영미권에까지 퍼진 용어로, 충동적으로 구매하여 제대로 써보지 않고 처박아 놓은 물건을 말함-김의경 주]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과잉의 문제를 보여주는 첫 번째 징조이다. 경제 성장을 하자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또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일 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하여 성장의 나선형은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말에 미국 경제가 누렸던 바로 그 나선형이고 또 약간의 일시적 기복은 있었지만 세계 경제가 지난 50년 동안 누려온 경제 패턴이다. 그러니 이런 패턴은 그리 문제라고 할 것도 없다. 충족시켜 주어야 할 더 많은 수요가 있는 이상 그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수요가 위축되면 자본주의는 시들기 시작한다. (중략) 자본주의는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할 능력이 없는 듯하고 그래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강력한 리더십만 있으면 가난한 나라들도 이익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213~214 ; ‘친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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