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의 선물환 수요 늘면, 은행의 단기외화차입이 늘어난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선물환 규제에 대해 금융시장이 시끄럽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급작스런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정부로서도 계속 빠져나가는 외화자금을 막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조치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우리는 2008년 10월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빠져나간 외화자금이 695억 달러로 이는 1998년 자본시장 자유화 정책 이후 우리나라로 유입된 외화자금(2,219억 달러)의 30%에 해당되는 자금이었답니다. 불과 4개월만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빠져 나갔었죠.

 

그 이후 2010년 상반기 유럽 악재로 인해 또 다시 외화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선물환 포지션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죠.

 

그럼 선물환 규제(=선물환 포지션 축소)가 어떻게 단기 외화자금 유출을 막는 걸까요?

그 구조를 한번 살펴보시죠.

 

1) 수출기업은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토성실업이 1백만 달러어치 물건을 수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금은 1년 뒤에 받기로 했죠. 현재 환율은 1$ = 1,000원입니다. 그런데 1년 후 환율이 1$=500원으로 떨어진다고 해보죠. 그럼 토성실업은 수출할 당시에는 총 수익 10억원(→1백만$×1,000원)을 예상했는데 막상 1년 후 수출대금 1백만 달러를 받아서 원화로 바꾸면 5억원(→1백만$×5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손해를 보는 거죠.

 

2) 따라서 수출기업은 선물환 계약(선물환 매도계약) 한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토성실업은 은행에 찾아가서 선물환 계약을 맺습니다.

선물환 계약이란 토성실업이 수출대금을 받을 시점인 1년 후의 환율을 지금 미리 정해놓는 계약입니다. 다시 말해 1년 후 환율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토성실업이 은행에게 1$=1,000원에 1백만 달러를 팔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는 거죠. (선물환 매도계약-물론, 이때 은행은 계약체결의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래서 토성실업이 1년 후 수출대금 1백만 달러를 받으면 은행과 계약한 대로 이를 은행에 팔고 대신 1$=1,000원의 환율로 계산한 원화(10억원)를 받아가는 거죠.

이로서 토성실업은 환율 변동의 위험이 없어지는 거죠.

 

3) 은행은 선물환을 헷지하기 위해 외화차입을 한다.

이제 환율 변동의 위험은 고스란히 은행이 짊어지게 됩니다. 은행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따라서 은행은 1백만 달러의 돈을 외국으로부터 단기 차입합니다. 그런 후, 차입한 외화를 현재의 환율(1$=1,000원)로 원화로 바꿉니다. 그럼 은행의 손에는 10억 원이 생기겠죠.

당근 이 돈은 금고에 넣어두지 않습니다. 한 푼이라도 운용을 해서 수익을 내야 외화차입 이자도 갚고 할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10억 원을 안전 자산인 국채 같은 채권 등에 운용을 합니다.

 

4) 1후의 거래

1년이 지났습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1$=500원으로 환율이 떨어졌건 어쨌건 상관이 없습니다.

우선 선물환 계약대로 토성실업은 자신이 받은 수출대금 1백만 달러를 은행에 줍니다. 은행은 이 외화자금으로 단기 외화차입금 1백만 달러를 상환합니다. 이번에는 선물환 계약대로 은행이 토성실업에게 10억 원을 주어야 할 차례입니다. 이 돈은 은행이 그 동안 운용하던 채권을 팔아서 지급하면 됩니다.

 

이로서 선물환의 모든 거래를 끝나는 거죠.

환율 변동에 어느 누구도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수출업체나 은행이나 둘 다 말이죠.

 

자! 그럼 우리는 여기서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가 증가하면 할수록 은행들도 단기 외화차입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선물환 규제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단기 외화차입이 증가한다는 것은 단기로 다시 상환해야 의무가 증가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언제든지 외화가 빠져나갈 리스크가 있다는 거죠.

 

따라서 선물환 거래가 늘어나는 것을 규제하면 단기 외화차입 금액도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입니다.

 

참고로 정부는 이번에 선물환 포지션(선물환 규모)을 국내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50%, 외은 지점은 자기자본 대비 250%한도와 수출입기업은 실거래 100% 선물환매도 한도(기존 120%)를 두도록 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실제 시장에서 단기외화차입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공헌을 할지 어떨지 건투를 빕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