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외환보유액이 무려 86억 5천만 달러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11월에 117억 4천만 달러가 감소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으로 그 규모로는 역대 5번째라고 합니다.

97년 외환위기의 비극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아무래도 외환보유액의 급감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2010년 5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702억 2천만 달러로, 97년 당시 겨우 39억 달러였던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 간의 감소폭이 엄청났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외환보유액(foreign exchange reserves)’이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외국 돈을 말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한국은행)가 보유하고 있는 금이나 달러, 유로화, 엔화 등으로 표시된 자산을 말하는 거죠. 따라서 외환보유액에는 시중은행이나 기업 그리고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제외됩니다. 따라서 독일이나 프랑스가 우리나라 보다 외환보유액이 낮더라도 민간 은행이나 기업이 가진 외환은 더 많을 수 있겠죠.

 

참고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4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대만, 인도에 이어 6위에 랭크되어 있답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주로 미국 국공채나 해외채권, 신용도가 높은 은행에 예금형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엄청난 액수의 달러나 유로화를 그냥 한국은행 금고에 보관하는 것보다 채권 등으로 바꿔 이자라도 한푼 더 벌어야 국가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인 거죠.

 

물론, 이러한 채권들은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므로 돈과 마찬가지죠. (물론 여기서 ‘언제든지’란 말은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이러한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인도를 대변해 주는 척도로도 사용됩니다. 한 나라의 기업이나 은행이 해외에서 돈을 갚을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해당 나라가 나서서 이를 변제해 줄 수 있느냐를 외환보유액으로 평가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외환보유액은 나라의비상금 셈이죠.

 

u      그럼 지난 5월말, 외환보유액은 왜 급감을 했을까요?

 

1) 비상금의 가치가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이번 외환보유액의 급감이 유로화나 파운드화의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외환보유액의 상당부분은 달러표시 자산이죠.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엔화, 위안화, 유로화, 파운드화 표시 자산도 있습니다. 이번 유럽발 경제위기로 보유 중이던 유로화가 달러 대비 7.5%, 파운드화가 5% 절하(가치하락)되어 외환보유액의 전체 금액이 줄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유는 또 하나 더 있습니다.

 

2) 비상금을 써버렸다

금융권에서 보는 시각은 환율 방어용으로 외환보유액을 상당부분 써버렸다는 것입니다. 올 초만해도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경제위기와 남북한 경색으로 인해 외국투자자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을 했습니다.

 

모름지기 환율이든 물가나 금리든 어느 한 방향으로만 급격하게 움직이는 게 제일 위험한 것이죠. 따라서 정부는 환율을 방어해야만 했고 오르는 환율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아야 했던 것이죠. 그래야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하락할 것이니 때문이죠. (원화buy ⇒ 원화가치↑; 달러sell ⇒ 달러가치(환율)↓)

 

그럼 팔아야 하는 달러는 어디서 조달할까요? 바로 외환보유액이라는 비상금에 손 대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5월 한 달에만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써버린 것이죠. 이는 2008년 11월과도 비슷합니다. 그때도 천정부지로 오른 원·달러 환율을 막기 위해 상당부분의 외환보유액을 써버렸으니 말이죠. (당시 절체절명의 상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추신: 외환보유액 관련 저의 다른 칼럼 '[경제] 외환보유액, 다다익선인가? 과유불급인가?' 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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