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을 보니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경제학 구하기’에 나섰다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학과 금융이론은 위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있으며, 설령 주범은 아니더라도 위기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을 찾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죠.

 

이러한 최근의 시각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은 아직도 확고하게 지킬만한 학문’이며, ‘경제위기 이후 경제학이 가지고 있던 명성만큼 큰 거품이 터진 부문은 없다’며 경제학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죠.

 

이렇듯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경제학의 유용론과 무용론이 혼재되고 있듯이 일반인들 입장에서도 경제학이 현실과 괴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실이 아닌 이론적으로 그렇다’ 라든지 ‘그렇다고 가정해보자’ 라는 식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서를 붙이는 게 바로 그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제는 아닌데 그렇다고 가정해보자니 그럼 그건 다 사실이 아니고 거짓인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거짓인 내용을 알아서 무엇 하냐?” 라며 불만에 찬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실제 현실보다 사실을 단순화시켜 가정을 하는 것이 어떨 때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도와 약도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원하는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상세한 지도보다 오히려 간략한 약도가 더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경도와 위도, 거리 이름이며 건물 명, 작은 사잇길 까지도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는 정확한 지도는 실제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약도란 건물이나 길도 주요한 것 이외에는 생략되어 있고 찾고자 하는 목적지는 과장해서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사실과는 상당부분이 왜곡되어 있는 그림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를 찾기에는 약도가 훨씬 편리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들이 인지하는 사물의 위치가 실제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들은 사물 그 자체를 보다 단순화시켜 인식하고 이를 머리 속에 저장해 놓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머리는 너무 많은 용량을 소화시키지 못해 폭발을 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는 단순화된 것에 더욱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는 비단 길을 찾는 일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죠. 복잡 미묘한 모든 사항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과 미래 전망을 가늠해 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는 이를 받아들일 만큼 천재적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적지 않은 가정(假定)을 두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단순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세상 돌아가는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경제학입니다. 따라서 여러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도 어쩔 수 없이 가정과 이론을 들먹이며 설명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약도가 비록 실제 지도는 아니지만 길을 찾는 데는 오히려 더 정확하듯 각종 이론과 가정이 실제 현실은 아니지만 경제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기에는 훨씬 용이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그 유용성에 대해 크게든 작게든 도전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람들은 이번과 같이 엄청난 위기 이후에는 언제나 경제학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일부분의 책임을 전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학의 근원적인 필요성에 대한 비판과 도전은 어쩌면 경제학을 더욱 견고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경제학이 맹목적인 신념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프리즘이라면 이러한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어쩌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보다 정밀한 프리즘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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