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경계선에서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의 사업보다는 국가와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업에서 보다 큰 기회가 있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으로 가는 경계선에서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를 ‘Pre-IPO 투자’(IPO바로 직전에 하는 투자)라고 하는데, 일반사람들이 이러한 투자를 하기란 쉽지가 않죠.

 

왜냐하면 상장기업은 증권계좌만 개설하면 누구나 매매가 가능하지만 비상장기업은 아무리 잘 알려진 우량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쉽게 주식을 매수할 공개적인 시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상장하기 전에, NHN(네이버)가 상장하기 전에 특정 경로를 통해 (이런 회사의 직원으로 우리사주를 받았다던지 아니면 설립 초창기 경영진들과 인연이 닿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던지) 미리 주식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람은 팔자(八字)를 고칠 정도로 큰 돈을 벌었지만 일반사람들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죠.

 

이렇듯 Pre-IPO 투자는 아직까지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상장기업이 아무리 좋더라도 상장을 하기 전까지는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고 상장이 되면 이미 주가는 많이 올라가 있게 되어 일반 주식투자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조만간 일반인들도 비상장기업에서 상장기업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바로 ‘SPAC’이라는 제도(또는 금융상품)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ies)라고 하는 이 SPAC은 미국에서 1990년대 초에 생겨난 것으로 2007년에는 미국 기업공개 건수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습니다.

 

◆ ‘기업인수목적회사’라.. 이게 뭐냐면…

 

(1) 일단 경영자(이들을 ‘스폰서’라고 합니다)가 서류상 회사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IPO)을 시키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장시 전체주식의 80%를 일반사람들에게 주식청약을 받는 공모(公募)방식으로 합니다.

 

(2) 그럼 이 회사(SPAC)는 주식시장(코스피 또는 코스닥)의 상장기업이 됩니다. 물론,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이므로 아무런 사업도 아무런 실적도 없습니다. 일반사람들(이제부터 이들은 ‘공모주주’가 되겠죠)에게 청약대금으로 받은 현금만 회사에 있습니다.

 

(3) 이 현금은 고스란히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에 국채나 CD, MMF로 예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회사(SPAC)의 고유한 지상최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용도 외에는 아무도 뽑아 쓸 수 없도록 해놓는 거죠.

 

(4) 그럼 SPAC의 고유한 지상최대의 목적은 뭘까요? 바로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찾아서 이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이죠. 그리고 안전하게 예치되어 있던 현금은 몽땅 합병된 회사의 사업을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누가 빼 먹는 게 아니란 말이죠.

 

(5) 예를 들어 SPAC이 주식공모를 통해 받은 현금이 300억이라 해보죠. 그럼, 이 300억은 우선 안전한 금융기관에 예치됩니다. 그 후 SPAC의 ‘스폰서’는 열심히 비상장기업을 찾아나서는 거죠.

 

(6) 만약 아주 우량해서 기업가치가 240억(통상 예치된 현금의 80% 이상이 되는 비상장기업을 인수하도록 되기 때문에)이나 하는 비상장 바이오(BIO)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고 해봅시다.

 

(7) 그럼 이제 이 SPAC은 합병된 바이오 회사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고유사업도 있고 매출과 순익도 내는 명실상부한 회사가 되는 거죠. SPAC의 이름도 ‘OO바이오 주식회사’로 바뀌게 됩니다. 아울러 처음 SPAC을 만든 ‘스폰서’나 이를 상장할 때 공모에 참여한 ‘공모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SPAC 주식 역시 합병된 바이오 회사의 주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8) 합병된 바이오 회사의 현재 실적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이를 통해 ‘스폰서’와 ‘공모주주’들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죠.

 

이렇듯 SPAC은 우량한 비상장기업에의 투자를 직접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단점을 보완해서 누구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아울러 SPAC을 펀드상품처럼 금융상품으로 팔 가능성도 있습니다)

 

◆ 그런데 우려되는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 좋지도 않은 비상장기업을 부풀려서 마음대로 합병하면 주가가 오히려 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죠. 비상장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스폰서를 자청해서 짜고 고스톱을 치고 자기들만 이익을 먹도록 날림으로 비상장기업을 포장해서 사기를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SPAC은 그런 사기행위가 쉽지 않도록 투자자보호장치가 있답니다.

 

우선, SPAC을 만드는 스폰서는 인수 대상이 될 비상장기업과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하고 심지어 SPAC을 만들 때에는 인수·합병할 비상장기업을 미리 정해놓아서도 안 된답니다.

 

그리고 인수·합병의 최종 결정은 공모주주(일반사람들)의 과반수의 찬성(주식매수청구권행사 40%미만)이 있어야 합니다. 즉,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 여부를 전적으로 공모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죠. 그러니 스폰서의 눈 가리고 아웅은 불가능합니다.

 

(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목돈을 넣어놓고 세월아 내월아 시간을 끌다 보면 공모주주들이 지쳐서 인수합병을 반대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될 겁니다.

 

이것 역시 SPAC을 상장한 뒤 18개월 아무리 연장해도 36개월이 넘어서까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공모주주들이 청약해서 넣은 주식대금을 고스란히 공모주주들에게 되돌려주도록 되어 있답니다. 국채나 MMF에 투자했다면 그 이자까지 말이죠.

 

또한 여기서 스폰서는 한 푼도 못 가져가게 되고요. 18개월~36개월간 어쩔 수 없는 일부 필요경비 외에는 스폰서가 급여를 받아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답니다. 그러니 공모주주 입장에서는 원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다) 그럼 기존에 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적으로 하는 PEF(사모펀드, Buy-out펀드)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SPAC과 PEF는 엄연히 다릅니다.

 

왜냐하면 PEF의 경우는 사모(私募)로 하는 것이라 개인의 경우 최소 10억 원을 집어 넣어야 받아 줍니다. 돈 있는 부자나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SPAC의 경우 비록 300억 원, 500억 원짜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모(公募)로 모집을 하고, 1주당 가격을 5,000원이나 10,000원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푼돈으로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의 정신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죠.

 

물론, 이러한 SPAC이라는 제도가 아직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만간 도입을 위해 금감위와 여러 정부기관, 국책연구소, 전문가들이 한국형 SPAC에 맞는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향후 몇 년 안에 증권사나 기타 금융기관을 통해 우리는 SPAC이란 이름을 듣게 될 것입니다.

 

과거 부동산투자 관련해서 리츠(REIT’s)가 이와 비슷한 개념이었죠. 기존의 부동산 투자는 서민들이 하기 힘들지만 이를 주식으로 쪼개서 일반 서민들도 부동산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 말이죠. 하지만 여러 규제와 상황이 맞물려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SPAC도 이러한 안타까운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감독당국이나 시장 투자자들이나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려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일반 서민들이 우량한 비상장기업에 미리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추신]: 이 칼럼에서 설명한 SPAC의 구조나 조건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정부에서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발표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SPAC을 참고로 하여 언급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개략적인 설명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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