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 타기가 안전합니다.”

 

얼마 전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이러한 홍보 포스터와 방송이 부쩍 눈에 띄던 군요. 일반적으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한줄은 서서 올라(내려)가고 나머지 한줄은 바쁜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내려)가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했을 경우,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두줄 다 서서 올라(내려)가도록 하자는 게 이 운동의 핵심입니다.

 

사고를 줄이자는 데 당연히 동참을 해야겠죠. 하지만 이 운동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줄’이 아닌 ‘한줄’타기 운동이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기 때문이죠.

 

1998년부터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라는 시민단체의 주도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줄 타기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게 2000년 즈음에 정착되면서 에스컬레이터 한줄 타기가 마치 문화시민의 척도처럼 인식되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안전사고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두줄 타기’를 하라고 하니, 이랬다 저랬다 시민들 입장에선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안전사고가 엄청 많이 나는 한줄 타기 운동을 열심히 지켜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저금통이나 책상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동전을 교환합시다!!!”

 

최근 들어 “범시민 동전교환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동전은, 가지고 다니며 제때 제때 쓰기 보다는 저축이라는 미명하에 저금통으로 직행하거나 책상서랍 속에 방치되곤 하죠.

 

모름지기 돈이란 자꾸 자꾸 돌아다녀야 돈인데, 오랜 기간 동안 저금통이나 서랍 속에 방치되기 때문에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 1인당 보유하고 있는 동전이 평균 350개나 된다고 합니다.

 

연간 동전을 만들어 내는데 드는 비용이 총 400억 원. 그 중에서 절반인 무려 200억 원이 이런 식으로 잠자고 있는 동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으로 생기는 동전은 그때 그때 사용을 하거나 은행에 가져가 교환을 하자는 게 이 운동의 내용입니다.

 

‘땡그랑 한푼 땡그랑 두푼~’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벙어리 돼지 저금통이 ‘어휴 무거울’ 정도로 동전을 모으자는 저축 캠페인으로 교육을 받아 왔던 우리 세대들은 또 한번 혼란에 빠집니다.

 

“아니 그럼 연간 200억 원이라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일을 그 동안 그토록 장려해 왔단 말인가!”

 

물론, 정부나 각종 전문가 단체도 신(神)이 아닌 이상, 모든 결과나 부작용을 예측하고 일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나 전문가들의 정책이나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성실히 따라줬던 평범하고 선량한 소시민들의 입장에선 이런 우스꽝스런(?) 일을 접하게 될 때 마다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는 이런 우스꽝스럽고 혼란스런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신용카드사용 장려정책이 그랬고, 분양권 전매 허용정책이 그랬었죠. 게다가 1년 전에는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정책까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에 열심히 따라주었던 국민들 대부분이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비과세 혜택정책에 고무되어 뒤늦게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 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을 하실 겁니다.

 

앞으로는 부디 정부 당국에서 보다 장기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따르기만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그런 믿음을 심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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