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증권사’의 계좌로 주식투자를 하는 K씨는 주식을 판 수익금을 ‘더좋은 증권사’의 CMA 통장으로 옮겨 놓으려고 은행을 찾았습니다. 요즘엔 증권사에서 원하는 은행계좌를 지정해 주기 때문에 증권카드 하나만 있으면 은행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어라? 증권카드를 기계에 집어넣고 계좌이체를 눌렀더니 ‘거래불능’ 메시지가 뜨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유인 즉슨, ‘좋은 증권사’나 ‘더좋은 증권사’에서 지정해 준 은행계좌들은 ‘가상 계좌’들이므로 ‘가상 계좌간’의 자금 이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K씨는 ‘좋은 증권사’에서 자신의 보통예금통장(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한 후, 이를 ‘더좋은 증권사’로 다시 이체해서 일을 처리했답니다. 물론, 두 번의 이체를 했기 때문에 수수료도 중복해서 지급해야 했죠.

 

그렇습니다. 증권계좌에서 입출금을 할 때나, 증권사 CMA계좌에서 입출금을 할 때나, 굳이 증권사를 찾지 않고 정해진 은행이나 인터넷뱅킹으로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증권사에서도 은행처럼 돈을 입출금하는 게 가능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편의를 위해 은행의 ‘가상 계좌’와 연계해 놓았을 뿐이니까 말이죠.

 

따라서 각각 다른 증권사 간의 자금 이체는 ‘A증권사에서 지정한 은행계좌 → B증권사에서 지정한 은행계좌’ 가 아니라, ‘A증권사에서 지정한 은행 계좌 → 자신의 실제 은행 계좌 → B증권사에서 지정한 은행 계좌’라는 식으로 반드시 은행을 경유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물론, 송금수수료도 중복해서 내야 하는 거고요.

 

이는 현행법상 은행만이 지급결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증권사나 보험사 같은 소위 ‘제2금융기관’이라 불리는 곳에서도 지급결제가 허용될 전망입니다.

 

허용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1) 일단, 앞서 K씨가 당했던 불편함이 없어진답니다. 증권사(또는 보험사)가 은행의 가상 계좌를 굳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입출금이나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업무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송금수수료도 절약되겠죠. 특히,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를 낼 때도 은행 계좌를 이용하는 대신 보험사의 자체 계좌를 이용해 보험료를 낼 수 있고, 해약시 환급금도 보험사 계좌로 직접 받을 수 있게 되겠죠.

 

2) 보험사는 연 4~5% 대의 수익을 제공하는 CMA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급결제 허용과 더불어 보험사에서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업이 허용될 전망이기 때문이죠. 그럼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인 CMA형태의 금융상품을 만들 수가 있겠죠.

 

3) 아울러 그 동안 힘깨나 써왔던 증권사CMA가 더욱더 진화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MA신용카드’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죠. 기존의 CMA는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어야 결제가 되는 체크카드 기능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증권사에서도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되므로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결제가 가능하게 되는 거죠.

 

이렇듯 증권사와 보험사에 지급결제 허용 등 업무범위가 보다 확대되면서 더욱더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앞으로 은행의 금융상품 경쟁력을 더욱더 위협하게 되겠죠. 하지만 고객들 입장에서야 더욱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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