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각종 재해가 일어나자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교토의정서>를 체결했습니다.

 

이 교토의정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무한정 배출하지 못하도록 나라별로 배출량을 규제해 놓았는데요. 여기서 할당된 배출량보다 더 많이 배출을 할 경우 벌금을 물게끔 되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쓰레기종량제와 비슷합니다.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쓰레기를 무작정 버리지 말고 종량제 봉투를 돈을 주고 사게 만들죠. 그러면 자연스레 돈을 내고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 되어 사람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러나 보니 자연스레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탄소배출권>입니다.

각 나라, 각 기업마다 탄소배출량을 할당하여 그 이상은 배출할 수 없게 하다 보니, 만약 그 이상을 넘어서면 벌금을 내든가, 아니면 탄소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서 배출을 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A, B 두 회사가 있다고 해보죠. 두 회사 모두 (이산화)탄소를 10만톤까지 배출할 수 있게끔 할당을 받았다고 합시다. 그런데 현재 두 회사는 모두 11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선은 두 회사 모두다 초과되는 1만톤의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죠.

 

그런데 A회사의 경우 그 업종의 특성상 1톤당 10유로의 비용을 더 들이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답니다. 반면 B회사의 경우, 1톤당 30유로의 비용을 들여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죠.

 

이 경우 A회사는 아예 2만톤에 대해 총 20만유로(2만톤×10유로)의 비용을 추가로 들여 탄소배출을 11만톤에서 9만톤으로 줄입니다.

 

그럼 총 10만톤의 탄소배출 한도에서 9만톤만 배출을 하니 나머지 1만톤을 더 배출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이 생기는 거죠. 이를 1톤당 20유로를 주고 B회사에 파는 거죠.

 

B회사의 입장에서 굳이 30만유로(1만톤×30유로)를 들여 탄소배출을 1만톤 줄이는 것보다 A회사로부터 20만유로(1만톤×20유로)를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오는 게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이로써 20만유로를 받은 A회사는 비용 하나 들이지 않고 2만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B회사는 20만유로만의 비용을 들여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그야말로 둘다 ‘윈-윈’하는 거래가 된 셈이죠.

 

그런데 이러한 탄소배출권이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들 눈에 쏙 들어온 것입니다. 그 동안 원유나 콩이 필요 없어도 이를 근거로 선물거래를 했던 관록(?)이 있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가지수를 가지고 옵션거래를 했던 관록(?)이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신종 거래를 보고 좌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탄소배출과 전혀 상관없는 금융자본들이 탄소배출권을 싸게 사서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다 비싸게 팔고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2002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 10여개의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개설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현재 적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거래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40유로 이상을 넘을 수는 없게 되어 있고요. (그 이유는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규정된 배출량을 넘어서면 벌금을 무는데, 유럽연합(EU)의 경우 이산화탄소 1톤당 벌금이 40유로입니다. 따라서 그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가 될 수 없는 것이죠) 일반적으로는 20유로 전후의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탄소배출권이 신종 파생상품처럼 거래가 된다는 게 좀 떨떠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더욱더 커질 전망이며 최근 들어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생겼다고 하니, 햐~ 금융자본주의의 끝은 어디가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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