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불교방송에서 연기법(緣起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연기법을 설명하시는 교수님이 ‘제가 태어난 것은 196×년 춘천 시내의 약속다방의 마담 아줌마 때문입니다.” 대략 이런 식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시더군요. 순간 마담 아줌마의 딸이 그 교수님인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내용인즉슨 이러했습니다.

 

그 약속다방 마담 아줌마는 다방 수익이 좋지 않자 그 동안 환하게 켜 놓던 전등불을 몇 개만 켜 놓아 전기료를 줄이려고 했고, 마침 그 날 그 교수님의 부친과 모친이 그 다방에서 선을 보게 되었고, 약한 조명 덕분에 모친의 미모가 이쁘게 보여 부친께서 첫눈에 반하게 되었고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어 자신이 태어났다는 거죠. 이렇듯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인과관계는 사실은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연결되어 우리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요즘 증권사의 CMA가 월급통장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급여생활자라면 누구라도 수시입출금과 자동이체가 가능한 은행계좌의 장점과 증권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증권계좌의 장점을 고루 가지고 있는 CMA에 눈길이 갈만 합니다. 여기다 연 4% 이상의 수익까지 붙는다고 하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죠. (저의 칼럼 [326, 327]‘빅마마의 CMA 라디오 광고 해설 ①,②’ 참조)

 

그런데 이러한 CMA의 인기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답니다.

 

아니,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CMA가, 그것도 금리도 높고 금융거래의 편의성까지 제공하는 효자상품(?) CMA가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자에게 어떤 부담을 준다는 걸까요?

 

언뜻 보면 아무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역시 복잡한 인과관계로 엮여 있답니다.

 

(1) 우선 증권사의 CMA가 인기를 끌자, 그 동안 급여통장으로 쓰던 은행의 보통예금에서 돈이 빠져 나가 CMA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상반기만 해도 무려 6조원의 자금이 은행에서 이탈해서 CMA로 몰렸다고 하는군요.

 

은행은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을 해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해줄 재원이 이렇게 빠져 나가니 다른 방책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2) 그래서 은행은 기존에 예금으로 충당하던 대출 재원을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해서 충당하기 시작했죠.

 

여기서 잠깐 CD에 대해 설명하자면,

CD란 쉽게 말하면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채권이란 차용증서입니다.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차용증서죠. 회사가 영업을 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부족하게 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아니면 채권시장을 통해 차용증서(채권)를 발행하고 돈을 빌리게 되죠. 그래서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회사채,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을 국공채라고 하죠.

 

그런데 은행도 수신영업(예금)을 제대로 못해 돈이 부족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차용증서를 발행해서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겠죠. 그런데 은행이 쪽 팔리게 ‘채권’이란 이름으로 빌릴 수는 없습니다. 명색이 돈으로 승부하는 곳인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죠. 그래서 교묘하게 이름을 돌려서 만든 것이 바로 ‘양도성예금증서(CD)’입니다. 무슨 예금 같지만 사실은 채권과 같은 차용증서입니다.  

 

(3) 여하튼 그런 연유로 은행들의 CD의 발행이 늘어났습니다. 수요와 공급 중에서 공급이 늘어난 것이죠. 경제의 기본법칙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자!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CD 역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금융의 기본 원리 중에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라는 걸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이렇듯 CD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니 CD금리는 올라가게 되는 거죠. 지난 8월 31일 현재 3개월 만기 CD금리가 무려 연 5.29%까지 상승한 것이 이런 연유 때문이죠..

 

(4) 자! CD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오릅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CD금리+알파’ 즉, CD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이죠. (저의 칼럼 [284]‘대출금리는 왜 CD금리와 연동되어 있을까요?’ 참조)

 

그러니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서민들이라면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부담이 커져서 허리가 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증권사의 CMA 상품의 호황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경제의 현상은 언뜻 봐서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것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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