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엔 아모레 아줌마나 쥬단학 아줌마가 종종 집을 찾아 오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 보면 현관 문이 열여 있고 마루에는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네 아줌마 대여섯 명이 아모레나 쥬단학 아줌마를 중심으로 모여 있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마당에서 현관 마루 안쪽을 기웃거리며 뭐 재미있는 것 없나 하고 안을 들여다 보곤 했죠. 거기서 아모레, 쥬단학 아줌마들이 화장품을 잔뜩 가져와서 동네 아줌마 마사지도 시켜주고 피부관리법도 알려주고 하는 것이었죠.

 

“엄마, 아까 그 아모레 아줌마는 공짜로 와서 마사지도 시켜주고 그러는 거야?”

 

간혹 제가 물어보면,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해 줬습니다.

 

“응. 공짜로 그런 것 해주지만 대신에 화장품을 팔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전형적인 ‘방문 마케팅’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매장이 있지만 70년대 초반엔 그렇게 흔한 게 아니었기에, 그 대신으로 방판(방문판매)이 성행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지난 일은 대부분 정겨운 추억으로 승화되는 속성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물건만 파는 방식이 아니라 방문해서 마사지도 시켜주고 피부관리법도 알려주고 수다도 떨어가며 화장품을 팔던 당시의 아모레 아줌마가 정겹게 느껴지네요.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판매하는 방식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필요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적극적으로 구매의사를 밝히지 않는 잠재적인 고객에게 이것 저것 다양하고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가며 구매의욕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좋은 상품이라면 이런 방판 방식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보험판매 방식이 그러하죠. 보험설계사들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것이죠.

 

물론, 다소 귀찮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엔 보험상품 판매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재무설계나 자산관리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는 실력 있는 보험설계사가 많이 늘어나 고객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를 활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러한 방문판매가 이제는 보험상품 외에도 펀드상품에도 적용될 시기가 머지 않았습니다.

 

2008년부터 실시하게 될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이를 허용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자본시장은 증권사, 종금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등이 각각의 독자적인 법률을 가지고 군웅할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실시하게 될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러한 각각의 법률을 모두 통합하고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던 회사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여러 종류의 회사들은 피 튀기는 경쟁을 통해 합종연횡을 하여 거대한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은 이제 은행과 보험사와 경쟁에서도 당당한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다 이 법이 허용한 것이 바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판매권유자의 등장’입니다. 이들 판매권유자는 직접 고객을 방문해서 펀드나, 각종 투자상품들을 팔 수가 있는 것이죠.

 

이제는 막연히 ‘나도 펀드 하나쯤은 가입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바쁘다는 핑계로 금융기관을 찾지 못하는 여러분에게도 각종 투자지식과 자산관리기법으로 무장한 판매권유자들이 노크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들에게는 명확한 책임이 주어집니다. 펀드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할 때는 상품의 내용과 투자위험을 고객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하며 이를 고객이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에 고객이 펀드 투자 후 손실을 봤는데 ‘나는 이 펀드의 투자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라고 하면 그 손실액을 물어줘야 하는 거죠.

 



따라서 지금과 같이 어려운 용어로 깨알같이 쓰여있는 펀드약관을 대충 보여준 다음 얼렁뚱당 펀드를 팔았다간 큰 코를 다치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이제는 펀드도 아모레 아줌마처럼 직접 방문을 해서 판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서비스로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보험상품이나 은행상품은 이제 바짝 긴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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