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시절 일본 대학생과의 교류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찌감치부터 일본에 가 볼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요. 당시, 93년도에 제가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 환율이 700원 대였습니다. 그러다 IMF 이후 원·엔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올라가면서 일본에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게 적잖게 부담이 되었던 걸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일본의 지인들이 우리나라로 오는 걸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요즘 원·엔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찬습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100엔당 700원대로 떨어졌거든요.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전일 대비 100엔당 2.56원 하락한 798.82원을 기록했죠.

 

이쯤 되니 일본으로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 꽃이 핍니다. “야 이거 1만 엔이 10만원으로 생각하고 예산 짜 놓았는데, 어느새 8만원 정도밖에 안되니 주머니가 훨씬 가벼운걸…” 하며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과 경쟁을 하며 수출을 해야 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입니다. 무역연구소 신승관 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수출이 앞으로 4년 동안 해마다 107억7천만 달러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21 / 2006.10.31일자) 아무래도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나 LCD 등 이제 겨우 일본과 견줄만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원·엔 환율이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에서 점점 더 불리해 질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원·엔 환율 왜 떨어지나?

 

사실 최근 몇 년간 원화는 엔화를 졸졸 따라다니는 형상이었습니다. 이를 ‘원화의 엔화 환율 동조화 현상’이라고들 하는데요. (저의 칼럼 No.280 ‘예? 원화가 엔화를 졸졸 따라 간다 구요?’ 참조) 달러를 기준으로 엔화가치가 올라가면 원화가치도 올라가는 것이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원화와 엔화의 환율차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요즘 들어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상승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거나 잘 살게 되었다면 이는 당연한 현상일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일본의 경기 상황이 더 좋은 지금 어찌하여 이런 알쏭달쏭한 현상이 벌어 질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게 있습니다.

 

◆ 바로 일본의 엄청나게 낮은 금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기준 금리는 0.25%입니다. 우리나라 국공채(3년) 금리가 4.5%수준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이고요. 그러니 일본의 기준금리는 슈퍼 울트라 캡숑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금리가 낮은 것 하고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당연 상관이 있습니다. 자! 지금은 바야흐로 자본의 국경이 없는 시대입니다. 돈 벌 곳만 있으면 어느 나라든지 찾아 들어가는 게 글로벌 자본의 속성입니다. 위의 금리 숫자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일본에서 엄청난 돈을 빌려 미국이나 한국의 국공채를 사 놓으면 별 위험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국제적 자금의 움직임을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하죠.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다가 다른 나라의 통화로 바꿔 투자하는 걸 말하죠. 여기서 주목할 것이 ‘다른 나라의 통화’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금리가 낮기에 일본에서 엔화를 빌렸다면 이를 미국이나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다시 달러나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자 그럼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달러나 원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어 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엔화를 내다 팔고 달러나 원화를 산다는 것이죠. 즉 팔자가 늘어나는 엔화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사자가 늘어나는 달러나 원화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되는 거죠.

 

따라서 엔화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원화대비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원·엔 환율 역시 떨어지게 되는 거죠. (100엔=1,000원 → 100엔=798원 / 엔화대비 원화가치는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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