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에서 세계 경제를 생각해 본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라는 영화에서는 도박으로 몰락해 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역력히 그려냅니다. 여기에는 사기도박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른바 타짜들이 어떻게 자금을 돌려가며 판돈을 키우고 이를 갈취해 가는 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정마담이 남사장을 속여서 도박판으로 끌어 들이는 대목인데요. 일단 정마담이 미끼로 쳐 놓은 사기도박판에서 남사장은 상당한 액수의 돈을 잃습니다. 그 돈은 모두 정마담 밑으로 들어가죠. 남사장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정마담에게 돈을 빌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도박판에 뛰어 들어 또 다시 모두 잃게 되죠.

 

그럼 그 돈은 다시 정마담에게로 들어가고 남사장은 다시 그 돈을 정마담에게 가서 빌리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같은 돈이 계속 돌고 돌게 되는 겁니다. 반면, 남사장의 정마담에 대한 빚은 계속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거죠.

 

결국에 계속적으로 돈을 잃은 남사장이 열을 받을 때로 받게 되면 이를 부추켜 그가 가지고 있는 건물 통째로를 담보로 정말 큰 돈을 빌리게 해서 한방에 다 날리도록 하는 것이죠.

 

‘참 교묘하게 사람을 도박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저런 사기 행각에 속아 넘어 가다니 참 멍청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멍청하다고 욕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죠. 특히 요즘의 세계 경제가 이런 멍청한 일의 연속선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정마담의 도박판과 같이 말입니다.

 

바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말입니다.

 

1) 소비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마구마구 수입을 해서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수입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달러로 그 대가를 지불하겠죠. 그 덕분에 한국, 중국, 일본 같은 나라는 수출을 해서 달러를 벌어 들입니다.

 

2) 미국 정부는 국민들의 계속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과도한 국책사업이나 복지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국가 재정이 필요하겠죠. 그렇다고 무조건 세금으로만 충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미국 국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국 빚을 냅니다.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는 거죠. 이러한 국채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외환보유고를 많이 유지하고자 하는 나라들이 사갑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외환 위기를 겪은 나라에선 외환보유고 확보는 절실한 거죠.

 

3)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으로 열심히 수출해서 번 달러를 다시 미국에 지급하고 미국 국채를 사는 겁니다. 그럼 그 달러가 미국 정부로 들어가게 되죠. 미국 정부는 이를 가지고 국책사업, 복지정책에 사용합니다. 그럼 그 돈이 다시 미국 국민들에게 풀리게 됩니다.

 

4) 소비성향이 강한 미국 국민들은 그 돈으로 다시 한국, 중국, 일본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합니다. 그럼 그 달러는 다시 이들 나라로 흘러 들어가게 되죠. 그 돈이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해 다시 미국 정부로 들어가가 되고요…

 

그야말로 같은 달러가 계속 돌고 도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의 빚이 계속 늘어나는 거죠. 이런 악순환(?)을 통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1조 달러가 넘는 ‘쌍둥이 적자’가 바로 이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슬아슬한 악순환이 어떤 계기로 인해 붕괴되어 버리면 큰 일이 난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가 말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달러화가 최상급 통화라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심히 우려하여 달러를 외환보유고의 기본 통화로 하기를 꺼려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서 유로화나 엔화를 외환보유의 통화로 바꾸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사지 않겠죠. 적자투성이 미국이 언제 돈을 갚을 거라고 미국 국채를 사겠습니까? 그럼 앞서 말한 달러화의 순환구조는 끊어져 버립니다. 더 이상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 미국에서는 수입을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럼 대미수출에 의존하던 나라들의 경제가 힘들어 집니다.

 

여기다 빚쟁이 나라인 미국에다 그 동안 발행한 미국국채 상환을 요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돈을 갚기 위해 마구 달러를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 발행 남발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그것도 세계를 상대로 했던 달러화다 보니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야 말로 세계 경제는 아수라장이 될 수 있습니다.

 

타짜들의 속임수처럼 특정한 누군가가 일부러 속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세계경제는 지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다만 영화 ‘타짜’는 그냥 보고 넘기면 되는 픽션일 뿐이지만, 세계 경제는 우리의 미래와 직관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차이가 있는 거죠.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