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개인 1인당 금융권 빚이 1,300만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개인부채 잔액은 628조2천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8조4천억원이 늘었다는 것이죠.

 

이를 우리나라 인구 4,854만명을 기준으로 나누어보면 1인당 개인 빚은 1,294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개인들의 금융자산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개인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개인 부채 증가는 중산층 붕괴의 전주곡이다

97년 이전에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기업부문 대출이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개인부문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어찌 보면 기업부문 대출보다 개인부문 대출 급증이 경제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계마다 대출이 많으면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소비가 줄어들면 당연히 내수경기가 악화될 것이고 기업은 떨어지는 수요에 대비해서 공급을 줄여 나가겠죠.

 

기업이 공급을 줄여나간다는 것은 공장라인을 줄이고 고용을 줄여나가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급여가 줄어 가계의 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되는 거죠. 줄어든 가계의 소득은 다시 내수경기의 악화로 이어지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경우 가계는 부채상환 능력을 잃어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집니다.

 

이러한 살벌한 구조는 중산층의 몰락을 야기할 수도 있답니다. 자산을 가진 자는 계속 돈을 불려나가게 되고 빚을 가진 자는 점점 몰락해 나가는 사회. 그야말로 요즘 흔히 말하는 ‘양극화 사회’의 한 단면이 되겠죠.

 

양극화 사회는 ‘부자들의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양극화 사회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감정대립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부자들이 제 욕심만 채우려고 하니 양극화 문제가 생기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감정대립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부자들의 욕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도 약간의 어폐는 있지만 부자들은 중산층이 튼실했던 과거 70~80년대나 지금이나 그 행태가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양극화가 될 수 밖에 없도록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부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세우면 국내에서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소득도 올라가고 중산층이 형성 되기에 충분한 환경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13억의 중국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미국과 일본 같은 경제대국들의 횡포도 심해집니다. 안으로는 정부의 각종 규제가 늘어만 갑니다. 사업하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부자들은 생산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데 겁을 내고 있고 그 돈을 부동산에다 들입다 집어 넣습니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가 되고 내 집 마련이라도 하려고 하면 빚을 내야 하는 중산층은 더욱더 가난해 지는 것입니다.

 

부자들만 탓하지 맙시다. 그렇게 하는 게 옳다는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빙하기가 찾아 온 것을 알았으면 월동준비를 하는 게 현명한 것이지 남의 탓이나 하고 앉아 있으면 누가 도와 준답니까?

 

양극화 사회는 이미 대세다

얼마 전 일본의 국제문제 분석가인 ‘후지이 겐키’의 저서 ‘90%가 하류로 전락한다’(이혁재 옮김, 재인刊)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일본 역시 양극화 문제, 중산층 붕괴로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양극화 사회는 앞으로 미래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제는 중산층이라는 어중간한 계층은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세상은 이미 양극화 사회로 길을 접어 들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정쩡하게 평등분배를 주장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세습적인 계급이 세상을 지배하는 어두운 양극화 사회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밝은 양극화 사회를 추구하는 길만이 현명한 미래의 대처 방법이라는 것이죠.

 

결과의 분배가 평등한 게 아니라 출발선상이 평등한… 그래서 그 이후의 모든 결과는 능력에 따라 불평등하더라도 감수를 해야 하는 그런 사회, 그러나 패자부활전은 언제나 열려 있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것인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저에게 시사하는 바는 컸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앞부분에는 이런 질문서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하류로 전락하게 되는가?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서를 작성해 봤다. O, X 표시를 해보기 바란다.

1.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며, 회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생활에서 영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2.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3.        가능하다면 투 잡(Two Job)을 같고 싶다.

4.        프로 야구나 프로 축구팀 중 응원하는 팀이 있다.

5.        업무 이외의 일로 컴퓨터나 휴대 전화를 빈번히 사용한다.

6.        ‘성공하려면~’류의 자기 개발서를 곧잘 본다.

7.        ‘Only One’, ‘개성적’ 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8.        공무원이 가장 안정된 직업이다.

9.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0.    의상, 시계, 핸드백 등에서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

11.    해외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국내 여행을 더 좋아한다.

12.    워드프로세서와 엑셀은 다룰 수 있지만 파워포인트는 못 한다.

13.    국산 차보다 외제 차를 더 좋아한다.

14.    여자는 피아노나 꽃꽂이 같이 교양 있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져야 한다.

15.    평생 독신으로 살아도 무방하다.

16.    즐겨보는 채널은 오락성 짙은 민영 TV다.

17.    교육에 대한 투자는 낭비다.

18.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사업 방식은 찬성하지 않는다.

19.    성과주의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20.    국제 뉴스에 관심이 없다.

 

20개 항목 중 O가 5개 이하면 힘들게 나마 중류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6~10개라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다. 11개 이상이면 하류로 전락할 것이 틀림없다. 16개 이상이면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완전한 패배자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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