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진상이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6.16%로 축소 조작하였다는 것인데요. 이로써 외환은행은 졸지에 부실 금융기관으로 판정되었고 따라서 인수 자격이 없었던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먹을 수 있었다는 거죠. (여기서 문제의 핵심이 된 ‘BIS비율이 도대체 뭔가’에 대해선 저의 칼럼 「14. BIS란 은행이 도대체 뭐길래…」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론스타는 1조3,832억원에 외환은행을 사다가 3년이 채 안되어 무려 4조 2,500억원의 매각차익을 남기고 국민은행에다 팔아먹게 되었답니다.

 

사실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나라에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이렇듯 막대한 수익을 가져간 사례는 비단 ‘론스타-외환은행 사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이 1999년에 5,000억원을 들여 제일은행을 인수해서 무려 1조1,800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었습니다. 제일은행은 현재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인수하여 SC제일은행이란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또한 칼라일(미국계 사모펀드)이 2000년에 4,559억원을 들여 한미은행을 인수했고 약 7,000억원의 매각차익을 얻고 씨티뱅크에 매각을 했죠. 현재는 한국씨티은행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답니다.

 

론스타나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등과 같이 Capital Gain 만을 노리고 회사를 인수하는 세력을 자본시장에서는 ‘FI(Financial Investors : 재무적 투자자)’라고 합니다. 단순히 매각차익을 노리고 회사를 인수하는 세력을 말하죠.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SI(Strategic Investors : 전략적 투자자)’입니다. 실제로 해당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자금을 들여 회사를 인수하는 세력을 말하죠. 위의 사례에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나 씨티뱅크 그리고 국민은행이 여기에 속하죠. 이들은 실제로 은행을 경영할 목적으로 인수를 한 것이니까요.

 

특히, 이들 외국계 ‘FI’는 IMF 구제금융 당시 풍전등화에 서 있던 은행이나 기업들을 비교적 헐값으로 닥치는 대로 인수한 다음, 다시 경제가 안정화 되자 실제 그 회사를 경영하고 싶어하는 SI를 찾아 높은 가격에 팔아 치우는 방식으로 큰 차익을 챙긴 것이죠.

 

이 정도 설명하면 FI는 마치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파렴치하고 야비한 세력으로 비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흑백논리로 FI를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분명 자본시장에서 이들의 존재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 확장을 위해 반드시 A회사를 인수해야 하는 SI가 있는데 당장 자신의 회사에는 돈이 별로 없을 경우, 돈 많은 FI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인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FI는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SI는 경영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SI의 인수에 도움을 주게 되죠.

 

또한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자력으로는 회생하기 힘든 부실기업을 인수해서 강력한 구조조정과 신규투자를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킨 다음 이를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FI도 있습니다. 이 경우 FI는 자신의 노력으로 기업을 회생시켜 수익을 얻고, 부실기업은 새로운 회생의 기회를 얻고, 기존 주주는 주가가 올라서 좋은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게 되겠죠. 이러한 일을 하는 FI들을 특히 ‘구조조정펀드(CRC 펀드)’라고 한답니다.

 

문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FI가 그 동안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부분이었다는데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국계의 경우 우리나라에 뿌리를 두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은 상도의까지 무시해 가면서 단물을 다 빨아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자본을 육성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토종 자본의 경우 적법한 테두리 내에서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켜가며 딜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에 군인공제회나 국민연금 등이 주축이 되어 ‘사모펀드(PEF)’를 만드는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돈만 태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고도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외국계 펀드들과 ‘맞짱’을 뜨기 위해서는 우리도 상당한 금융노하우와 실력을 길러야겠죠. (우리가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을 비난하지만 그들의 정보력이나 딜을 만들어 나가는 아이디어를 보면 대단하다는 걸 느낍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시각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의 FI들을 마치 ‘돈 놓고 돈 먹는’ 사기꾼이나 협잡꾼처럼 보는 시각이 여전히 있는 한 건전하고 유능한 토종 FI들을 육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외국계 펀드들에게 휘둘릴 것입니다.

 

구한말 서양열강을 ‘양이(洋夷)’라고 멸시하기만 했지, 무인(武人)과 기술자를 천시하며 부국강병에 등한시했던 우리 조상의 패습을 이어 받아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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