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건실하게 중견기업 T社를 이끌고 있는 A씨는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4년 전 자금이 필요해서 발행한 1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때문입니다. 비상장회사인 T사는 당시 새로운 신규 사업에의 진출이 절실했습니다. 기존의 사업은 그럭저럭 잘해왔지만 향후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신규 사업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고 마침 중소기업 육성지원 차원에서 마련된 해외프라이머리CBO를 통해 BW를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할 수가 있었답니다. 일단 T사처럼 자금이 필요한 회사 들이 BW를 발행하면 이를 해외펀드에서 모아서 인수를 하는 방식이었죠.

 

T사는 BW 발행으로 10억의 자금을 받고 2년 후부터 이를 상환해 나갔습니다. 다행히도 신규사업 진출에 성공을 하여 회사도 성장하고 빌린 돈을 상환해 나가는 데도 큰 문제가 없게 되었죠.

 

그런데 A씨가 고민을 가지게 된 건 다음부터입니다. 재무자문을 해주는 회계사로부터 당시 발행한 BW에 붙어 있는 신주인수권(warrant)이 주식으로 바뀌게 되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s with Warrant)란 말 그대로 신주인수권(warrant)이 붙어 있는 회사채를 의미합니다. 일반 회사채는 만기 동안 정해진 조건에 맞게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면 되지만, BW는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해당 회사는 싫든 좋든 간에 일정한 시기에, BW를 받은 투자자(BW Holder)가 원할 경우,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돈을 빌려 준 후 회사의 상황이 좋아지면 투자자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서 그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당시 T사가 발행했던 BW의 신주인수권의 경우, 정해진 조건대로 모두 신주로 바꾸면 T사의 전체 지분 중 26%가 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던 겁니다. 현재 A씨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34%이므로 투자자가 이를 다 전환하면 2대주주가 되고 경영권 간섭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죠.

 

문제는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대부분의 BW는 신주인수권을 따로 떼어 내어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분리형’이라는 것입니다. T사의 신주인수권도 BW를 인수한 해외펀드(투자자)가 곧바로 이를 제3의 해외펀드에 팔아버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누구에게 팔아서 누가 가지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10여년간 T사를 운영해온 A씨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 졌답니다. 알지도 못하는 제3의 해외펀드가 이를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회사가 좋아지면 갑자기 나타나서 적대적 M&A를 할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추가적인 투자에도 장애가 있습니다. 회사의 실적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관심을 가졌던 창업투자회사도 T사의 BW 상황을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투자를 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를 잠재적 불안감을 안고 투자 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럼 A씨는 왜 그때 BW를 발행했을까요?

 

이는 BW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입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붙여주면 금리나 금액 면에서 유리해지니까 자신의 지분구조를 고려해 보지도 않고 다급한 마음에 선뜻 응했던 겁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 처한 회사를 몇 개 봤습니다.

 

A씨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물론,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채권의 원리금을 다 상환하면 그 권리도 없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권리를 따로 떼어서 제3자에게 팔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 요즘 소버린이나 아이칸 등 적대적 M&A와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리도 언제 저런 꼴을 당하지 않을까 적잖은 걱정이 됩니다. 열심히 회사 키워 놓으면 이상한 펀드에서 신주인수권을 내밀고 주식으로 바꿔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에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있습니다. 전환사채는 그야말로 채권으로 주식을 바꾸는 것이므로 채권의 원리금을 다 갚으면 주식으로 바꾸는 전환권도 자동 소멸을 합니다. 하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을 따로 떼어낼 수 있으므로 항상 지분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알아 두어야 합니다.

 

체력이 국력이듯 아는 것이 힘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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