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중반은 외환위기로 작살이 났던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죠. 당시 상승장을 이끌던 견인차로 유명했던 종목이 바로 삼성전자,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한국중공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장에선 이 다섯 종목을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죠.

 

“독수리 5형제, 주식시장을 지킨다!!!”

 

K씨는 98년 9월에 독수리 5형제 중의 하나인 삼성전자를 주당 4만원대에 투자합니다. 그렇다고 K씨가 전문가적인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를 고른 것은 아닙니다. 당시 그로서는 처음으로 하는 주식투자였죠. 그것도 직장동료들이 워낙 ‘주식, 주식’ 하니까 자신도 덩달아 투자를 하기 시작한 거죠. 당시 주식에 대해 별다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K씨. 게다가 그다지 모험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던 그는 작전을 한다든가 세력이 붙어 있다는 식의 종목에는 왠지 투자하기가 꺼림직했나 봅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가전제품도 잘 팔고 있고 반도체도 한다고 하니 괜찮겠지’하는 초보자적 수준에서 고른 것이 삼성전자였으니까요. 이내 주식시장에는 불이 붙었고 K씨가 얼떨결에 잡은 삼성전자가 운(?) 좋게도 소위 말하는 ‘독수리 5형제’의 일원이 되었던 거죠.

 

남들은 재빠르게 사고 팔고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K씨는 우둔하리만치 삼성전자 하나만 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K씨가 삼성전자를 아직도 들고 있다는 소문은 이내 주위 동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죠. 4만원대에 매수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1년 후인 99년 8월경에는 이미 20만원대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었죠.

 

이때쯤 K씨는 우연히 장기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삼성전자만 줄곧 파보자’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합니다. 정말 우연하게 시작한 K씨의 투자는 전형적인 ‘장기투자’가 된 것입니다. 이쪽 분야에 눈이 뜨인 거죠.

 

독수리 5형제라는 말조차 주식시장에서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K씨는 삼성전자를 쥐고 있습니다. 물론 2000년경 12~13만원대로 빠질 때는 매도의 유혹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무사히 넘긴 K씨. 그 역시 2002년 4월경 35만원대에서 한번 매도를 했다고 합니다. 3~4년 사이에 무려 800%가 넘는 수익을 얻었죠. 그리고는 잠시 삼성전자를 잊은 듯 했던 K씨는 2003년 10월 즈음에 주당 45만원대에서 다시 한번 삼성전자를 잡습니다. 그 이후에도 역시 굴곡은 있었지만 2006년 지금 K씨의 삼성전자는 70만원을 훌쩍 넘어 있는 상태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K씨가 좀더 효율적으로 치고 빠지기를 했다면 더 많이 벌 수도 있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치고 빠지기는 생각만큼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올랐을 때 매수했다가 떨어질 때 투매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적당한 가격에 팔고 나더라도 또 다시 같은 종목에 들어가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정작 큰 폭의 상승세를 놓치고 맙니다.

 

이렇듯 자신이 매입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놀라서 팔고 나면 다시 주가가 올라가는 경험을 반복했던 사람이라면 K씨처럼 장기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장세(場勢)의 좋고 나쁨에 상관치 말라고 합니다. 장세보다는 업체를 보고 투자하고 단기적 변동은 무시하는 것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장기투자의 달인이며 사와카미투신의 대표인 사와카미 아츠토(澤上篤人)씨는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종목을 골라 폭락 장세에서 매수했다가 다시 오를 때까지 2년이고 3년을 기다릴 줄 아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장기투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다 할 수 있다.’ ‘장기투자에는 어려운 이론은 필요 없다.’ ‘오직 시간의 무게만이 당신에게 수익을 안겨 줄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옛말에 우공(愚公)이 산을 옮긴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전광석화같이 빠른 주식시장이기에 더욱더 이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자! 여러분도 피터린치나 사와카미 그리고 우리의 K씨처럼 ‘장기투자’에 한번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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