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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놈의 ‘메르스’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을 줄이야.

모임 연기와 행사 취소를 알리는 문자가 ‘줄줄이’다.

그런데 유독 한 군데선 연락이 없다. 그대로 진행 할 모양이다.

열흘 전 이미 일요산행(6월 7일)으로 정선 각희산을 예약해 놓았다.



가?… 말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너무 호들갑 떨 것 없다, 고고씽!’



평소대로라면 산꾼들로 북적였을 산행버스 출발지가 썰렁했다.

산악회 버스가 수십 대 씩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곳인데

오늘은 고작 두세 대 뿐이어서 낯설다.

뿐만이 아니다. 산 들머리에 다다르는 동안 단 한번 정체도 없다.

평소 주말 도로사정과는 아주 다르다.

고얀 놈의 ‘메르스’가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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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각희산은 오지(奧地) 산으로 통한다.

막힘없이 정속으로 3시간을 달려 산 들머리, ‘버실이재’에 닿았다.

‘버실이재’는 정선군 화암면과 임계면을 잇는 해발 795m의 고개이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익숙한 손놀림으로 썬크림을 찍어 발랐다.

목덜미를 손수건으로 감아 맸다.

챙이 넓은 사파리 모자를 눌러 썼다.

그리고 양팔에 토시를 끼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 모두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짝꿍의 성화 때문이다.

너나없이 피부의 자외선 노출에 대한 경계가 각별해진 것도 사실이다.



냉방장치 빵빵한 버스에서 내려서자, 후끈한 열기가 확 밀려온다.

지체 없이 산길로 들어섰다.

이정표에는 이동거리 표시가 아닌 이동시간으로 표시되어 있다.

낯설다. (각희산 60분, 화암동굴 180분)

글쎄… 제각각 걸음 속도가 다를 터인데, 애매하다.

어쨌거나 코스가 짧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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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도로변에서 곧장 까칠한 급비탈로 이어진다.

앞사람 신발 뒤축에 코가 닿을 듯 심한 된비알을 5분 정도 오르면

편안하고 호젓한 능선 길로 바뀐다.

햇살이 비집고 들 수 없을 만치 숲은 짙푸른데

바닥엔 계절을 잃어버린 낙엽이 수북하다.

오랜 가뭄에 바싹 말라 바삭대는 낙엽은 곧 ‘화약고’다.

여름 산불 잡기가 더 힘들다는 소방관계자의 말을 들은 적 있다.

헬기로 물을 투하하면 무성한 나뭇잎이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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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갈림길(해발 1,050m)에 이르자, 왼쪽 시야가 탁 트였다.

각희산 정상은 그새 손에 잡힐 듯 다가섰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421번 지방도로는 뱀이 기어가듯

S자를 그리며 산굽이 돌아 꼬리를 감춘다.



완만하던 능선 길을 암벽이 막아서며 우회 길을 내어준다.

우회 길이지만 로프도 당겨 잡고, 나뭇가지도 휘어잡으며 까칠한

바위벼랑을 딛고 올라야 한다.

대개의 산이 그러하듯 한두 차례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하고서야

비로소 정상의 자리를 잠시 내어준다.

골짜기를 기어오른 한 줌 골바람이 “욕봤다”며 목덜미를 훑고 지난다.

불볕 콘크리트 도심에서 먹는 팥빙수의 서늘함이 이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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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각희산 올라, '脫메르스'와 '단비'를 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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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희산(角戱山, 1,083m)

정상 표시석은 없고 초라한 이정표가 달랑 정상임을 알려줄 뿐.

누군가 멋대로 나무에 매달아 놓은 정상 표시도 눈에 거슬린다.

산 아래 말끔하게 단장해놓은 ‘화암관광단지’와 비교된다.



山頂에 서니, 고봉 능선의 마루금이 그야말로 일망무제이다.

이처럼 강원 山群들의 산그리메는 언제나 기운차다.

원컨대…이 땅에 ‘단비’와 더불어 ‘脫메르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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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가운 山頂을 피해 응달진 숲속 너른 터에 자릴 폈다.

십시일반 내놓은 먹을거리가 잘 차려진 한 상 부럽지 않다.

이러니 뱃살은 매양 요 모양 요 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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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제2갈림길(1,030m)을 지나 1,062봉에 올랐다가 다시 남쪽 능선으로

접어들면 낙엽 수북한 산길이 화암문조망대(950m)까지 이어진다.

호젓하기만 하던 산길은 더러 성깔을 부리기도 했다.

암벽을 만나 우회하고, 된비알을 만나 버벅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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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목대(香木臺)에 이르자, 산길은 아찔한 직벽 앞에서 끊어져 있다.

철계단을 세워 놓워 길을 이어 놓았는데 미완의 계단 같다.

거푸집처럼 임시로 엮어놓은 듯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산길은 제3갈림길까지 미끄러지듯 가파르다.

조금만 방심하면 토사에 미끄러지기 십상인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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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갈림길(710m) 안부에서 화암동굴 입구로 방향을 틀어

진행하면 이내 쌍봉우리 전망대 갈림길에 다다른다.

여기서 다시 산허리를 두어 번 감아 도니 비로소 화암동굴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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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행의 보너스는 뭐니 뭐니 해도 ‘알탕’이다.

이번 각희산 코스(1~3코스)는 능선만 타고 다녀 계류를 못 만났다.

아쉬운 대로 화암동굴 화장실 앞에서 발견한 물통에

머리를 처박을 수밖에 없었으니…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이 우르르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화암동굴은 금광산과 석회석 자연동굴이 함께 어우러진 세계 유일의

동굴로 총 길이는 1,803m, 관람하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선 각희산 올라, '脫메르스'와 '단비'를 빌다


동굴 내부가 궁금했으나 오늘은 도리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딱 그 짝이다.

정선 5일장(2, 7일)이 서는 날이라 애당초 장마당을 둘러보기로 한데다가,

장터에 들러 ‘고추부각’을 사오라는 엄명?까지 접수한 터라….

정선 각희산 올라, '脫메르스'와 '단비'를 빌다


버실이재(벌문재) -> 제1갈림길(1,050m) -> 각희산 정상(1,083m) -> 1,062m봉 -> 향목대 -> 화암동굴 입구 -> 화암동굴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