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Hermes)는 제우스와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의 탁월한 능력으로 인해 변론(辯論)·행운·상업·운동경기를 관장하는 신으로 심지어 도둑의 신으로도 여겨진다.”

 

얼마 전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에 대해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이 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의 주식을 미리 사두었다가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한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서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M&A설로 인해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마련이고 헤르메스 펀드는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거죠.

 

그 동안 외국계 자본이 약인지 독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이번 검찰조사가 어느쪽의 손을 들어 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소버린자산운용 역시 얼마 전 SK㈜의 보유 지분 14.82%를 모두 팔아 치우고 시장을 떠났습니다.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집했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나라 전체가 떠들썩 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내 재벌의 왜곡된 기업 지배구조에 일침을 가한 사건이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반면 재계에선 이러다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계 자본들에게 다 먹힐 거라며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의 역차별을 개선하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소버린은 겉으로는 정의의 사자처럼 최태원 회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소액주주권을 내세워 기업의 투명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가는 요동을 쳤습니다. 하지만 소버린은 애초부터 이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고 떠나 버렸으니까요.

 

이렇듯 외국계 자본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먹고 빠져나간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닙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최근 들어 곳곳에서 외국계 자본의 횡포와 악행(?)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IMF 당시 우리의 구세주로 인식되어 찬양으로 도배를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입니다.

 

외국계 자본, 그들이 솔직히 우리보다 한수 위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 또 당할 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지금 무조건 이들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쇄국정책을 펼치기엔 우리가 또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과연 그들만이 잘못했고 그들만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들이 시세차익을 먹고 빠져 나가는 데 있어 우리가 동조한 것은 하나도 없었을까요?

 

그 동안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대적할 실력도 기르지 못한 채 탐욕만 앞서 그들에게 바라기만 했던 우리들에게도 문제는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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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박신양, 염정아, 백윤식 등이 열연했던 상당히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나왔던 박신양과 염정아가 보란 듯이 사기를 치고 나오면서 했던 대사가 우리에게 많을 걸 시사해 줍니다.

 

박신양 : 걸려들었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탐욕스런 사람, 세상을 모르는 사람,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사람 모두 다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염정아 :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 지 알면..게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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