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를 칠 때는 우선 판돈을 내야 게임에 참가할 수 있죠. 이렇게 판돈을 내는 것을 통상 ‘학교에 간다’ ‘등록금을 낸다’ 라고 하죠. 돈을 벌어보겠다고 모여드는 갬블러(gambler)들에게는 일종의 진입 장벽인 거죠. 기본적인 참가비가 없이는 포커 판에 낄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까요.

 

회사를 만들어 돈을 벌어 보겠다는 창업자 들에게도 이러한 룰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참가비를 내야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현재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일반 기업일 경우 최저 5천만원을 ‘납입자본금’으로 내야 합니다. (벤처기업의 경우 2천만원) 이를 ‘최저자본금제도’라고 하는데요.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이 돈을 우선 은행에 예치해 놓고 그 잔고증명을 떼서 제출을 해야 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납입자본금(paid-in capital)’이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주주들이 받아가는 대가로 회사에 실제로 내는 돈을 의미하는 겁니다. 회사의 자본금에는 회사가 영업을 해서 벌어 들인 돈(이익잉여금)도 있는데 이와는 구분 되는 것이죠. 원래 회사는 설립할 당시 총 얼마의 주식을 발행 할 것이라고 정하게 됩니다. 이를 ‘수권자본금(authorized capital)’이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실제로 돈이 필요하게 되면 이렇게 정해 놓은 수권자본금 범위 내에서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거죠. 물론, 이렇게 실제로 조달되어 회사로 들어온 자금이 ‘납입자본금’이 되는 것이고요.

 

하기야 자기가 설립할 회사에 자기 돈을 내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돈을 벌어 보겠다고 회사를 만드는 데 자그마치 5천만원이나 있어야 한다니 돈 없으면 창업조차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채(私債)시장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돈을 빌려 우선 급한 대로 납입자본금을 낸 후 회사가 설립되면 바로 돈을 빼서 갚아 주는 식의 불법적인 가장납입(假裝納入)도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법무부에서는 이러한 최저자본금제를 폐지하기 위해 회사법 개정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2006년 하반기부터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 굳이 5천만원의 돈을 마련 할 필요가 없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회사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의 한도도 현재는 순자산(→자산-부채) 가치의 4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 되어 있는데 이러한 발행한도 역시 폐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자산이 5억원이고 현재 부채가 3억원이면 순자산(=자본)은 2억원이 되겠죠. 이 경우 현행 법으로는 회사채 발행을 8억원 이상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을 앞으로는 회사의 신용도가 좋고 좋은 사업 투자기회만 있다면 그 이상의 자금도 회사채를 발행해서 조달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렇듯 여러 가지 제도적인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우리 경제를 기업하기 좋은 체제로 만들자는 정부의 정책으로 이해됩니다. 규제가 철폐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여 신바람 나는 경제가 만들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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