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부동산 가격이 심상찬습니다. 다름아닌 판교 발 반사이익으로 분당, 용인은 물론, 강남 권까지 아파트가격이 들썩거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분당의 중대형 평형의 경우 몇 달새 1억 이상이 올랐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특히 이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만히 보면요. 실제 매매가 원활하게 일어나면서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애꿎은 판교를 핑계로 매매는 거의 없이 호가(呼價)만 올랐다고 합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분당 쪽에 집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이번 가격상승을 좋아해야 할지 어떨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합니다.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여하튼, 잡으려 해도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우리의 자랑스런(?) 슈퍼 울트라 부동산 과열현상.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17세기경에 있었던 ‘튤립투기(Tulip Mania)’와 흡사한 것 같아 뒤끝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개척과 해외무역의 발달로 부가 축적되면서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풍토가 만연되었답니다. 부를 과시하는 데는 멋진 집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고가의 보석들로 치장하는 것은 요즘의 우리들과 별반 차이 없었겠지만, 당시 유독 특이한 부의 과시 방법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바로 터키로부터 들어온 ‘튤립’이라는 꽃이었죠. 어느 집이든 이 튤립으로 치장을 해야 ‘그 좀 돈 꽤나 있는 집이군’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렇듯 튤립이 부의 과시수단이 되자, 튤립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답니다. 가장 비쌀 때는 최상급 튤립 한 송이가 당시 일반 노동자의 5년치 연봉과 맞먹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사정이 이쯤 되다 보니 아직 꽃이 피지도 않은 튤립 뿌리를 대상으로 거액의 돈을 주고 밭떼기로 사고 팔기까지 했습니다. 튤립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본질가치를 뛰어넘게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거품이란 건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튤립이란 게 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당연 튤립의 가격은 폭락을 하기 시작했죠. 튤립 가격이 폭락하자 한때 부의 상징이라며 터무니 없는 가격을 치르고 튤립 밭떼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90%이상이 손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패가망신한 거죠.

 

그 후로 ‘튤립투기’는 투자시장에서 ‘광기 어린 욕심’과 ‘묻지마 투자’ 그리고 ‘가격이란 것은 영원히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우매한 심리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실패사례로 종종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코미디 같은 이야기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멍청했으면 튤립을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웃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부동산에 목을 매는 우리도 어찌 보면 그와 비슷한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실제 매매도 거의 없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고 해서 그 아파트에서 금은 보화가 튀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이 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듯, 21세기 대한민국의 아파트 역시 주거를 위한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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