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의 논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두더지 잡기 식으로 대책을 내놓다가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

 

2003년 10.29 정부의 위풍당당한 부동산 안정대책이 나온 뒤 어느 강의에서 교수님이 한 말입니다. ‘설마 상황이 악화되기야 하겠어? 그래서는 안 되는데…’ 반신반의로 들었던 말이 이렇게 현실이 되다니 씁쓸합니다.

 

얼마 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사실상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는 발표를 공식적으로 했습니다. 사실 참여정부가 부동산 가격만큼은 잡겠다고 내놓았던 10.29대책이나 5.4대책이 집값 안정은 고사하고 애매한 중산층에게만 피해를 주었고 아울러 부동산 가격 양극화 현상만 가속화시켰다는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강남 불패론’의 신화를 보란 듯이 과시하게끔 만든 그야말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거죠.

 

정부가 하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서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 같은 것에 실패가 생긴다면 우려가 안될 수 없을 거고요. 게다가 이러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비단 이번 한번 만이 아니라면 더욱더 문제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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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년 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보호법을 제정했었죠. 이법은 점차적으로 전세 거래나 가격을 규제하는 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제도에는 세입기간을 최소한 2년으로 하고 전세 값의 상승률도 물가상승률로 제한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의도는 다음과 같았죠.

 

한번 전세계약을 하면 적어도 2년 정도는 한곳에 살수 있도록 법으로 정함으로써 집주인이 걸핏하면 방 빼라고 횡포를 부리는 일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며, 또한 전세 값 상승률 제한 제도를 두어, 2년 후 전세계약을 갱신하더라도 터무니 없이 가격을 올려 세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것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었죠.   

 

결과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과연 전·월세 가격규제 정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물론, 도움이 된 케이스도 있었겠죠. 하지만 전·월세 시장이 그리 단순하게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2년 안쪽으로 단기적으로 빈집을 이용하려던 집주인은 전세를 주기보다는 아예 다른 용도로 빈집을 활용하게 되어 전체적인 전세 공급이 줄어 드는 결과를 초래했죠. 또한 한번 전·월세계약을 체결하면 다음 번 연장할 때의 가격이 물가상승률만큼으로 제한 되어 있다 보니 집주인은 2년 후 기존 세입자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멀쩡한 기존 세입자를 이사 가도록 만들었죠.

 

이러한 정부의 규제로 전세 수요만 폭증하게 되었고 집을 얻기 위한 대기기간이 증가, 그리고 비공식적인 프리미엄 지불하고서라도 입주하는 사례도 증가하게 되어 세입자 보호라는 원래의 취지에서 어긋나는 정책 실패의 사례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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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는 최근의 부동산 세제관련 각종 규제가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등 뒤로 꽂힌 것과 거의 흡사합니다. 그럼 정부가 아무리 잡아보겠다고 용(?)을 써도 끊이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근본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 국민이 너무 사악하고 돈독이 오른 파렴치 들이라 부동산 투기라면 눈을 붉히고 달려 들어서 그런 걸까요? 물론, 이런 식으로 사안을 바라 보는 것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겠죠. 솔직히 말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겠다고 몰려드는 걸 무슨 수를 써서 막는단 말입니까?

 

사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원인은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지금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수 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이라도 틈이 생기면 부동산에 몰려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근본적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 가격은 안정화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렸다가 그나마 불투명한 경기마저 고꾸라지고 개인 신용대출의 압박으로 가계 경제가 붕괴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 괜히 약발이 듣지 않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어정쩡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참여정부는 정권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은 꼭 잡겠다’는 공언(公言)을 내세워 서민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언이 부동산 시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정말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패기와 공명심으로 그랬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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