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잇따른 인적 청산 발언이 당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죠. 이런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 측은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P&A방식’으로 당을 접수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P&A방식’이라… 이는 또 무엇 해괴한 정치적 기법이길래 이방식으로 당까지 접수한다고 했을까요?

 

하지만 이는 정치적인 기법이 아니라 금융의 한 방식입니다. ‘P&A(Purchase of assets & Assumption of liabilities)방식’ 이란 우리말로 ‘자산부채이전(資産負債移轉)방식’이라고 하며, 부실기업이나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기업이 부실해져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경우, 이를 M&A를 통해 다른 우량한 기업과 합병시켜 버리거나 아예 청산을 해서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정리를 할 수가 있겠죠. 하지만 M&A의 경우 부실기업을 떠 안은 우량기업은 졸지에 부실화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깨끗한 행주와 더러운 걸레를 한 대야에다 담그고 빨면 둘 다 구정물 범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청산 시켜 버리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죠. 한 기업이 없어짐으로써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나온 방법이 바로 이 ‘P&A방식’이죠.

 

이는 부실기업의 부실 자산이나 부채 부분을 따로 떼어내고 나머지 정상적인 자산과 부채만을 계약을 통해 우량기업에 인수시키는 방식인 거죠. 쉽게 말해 썩어서 먹기가 좀 그런 사과의 썩은 부분만 도려내고 나머지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IMF 이후에는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P&A방식’이 많이 활용되어 왔는데요. 부실금융기관의 경우 통째로 우량금융기관에 합쳐 버리면(M&A) 우량금융기관까지 타격을 받고 그렇다고 청산을 시켜 버리면 부실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던 예금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그래서 정부나 예금보호공사의 주도하에 부실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예금이나 채권들은 우량금융기관에 넘기고 남은 부실채권 등을 따로 기관을 만들어 넘기는 거죠. 이때 문제가 되는 부실자신과 부채만을 떠 안은 기관을 ‘배드뱅크(bad bank)’ 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되면 우량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부실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던 정상적인 자산과 부채만 넘겨 받았으니 규모도 커지고 고객도 늘어나 여러모로 좋은 거죠. 또한 부실금융기관의 예금자들도 앞으로는 우량금융기관에 가서 거래를 계속하면 되니까 안심이 되죠. 물론, 배드뱅크는 청산의 수순을 밟게 되는 거고요.

 

위 설명대로라면 이명박 시장측은 한나라당을 부실기업으로 보고 있다는 말인데… 만약 그렇다면 이명박 서울시장 측의 ‘P&A방식’으로 한나라당을 접수하겠다는 비유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당내에서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기득권에 안주한 부실세력을 도려내 버리고 ‘우량’한 세력만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죠.

 

물론, 여기서 한나라당을 접수하겠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측이 과연 ‘우량’세력인지, 또한 이명박 시장측과 뜻을 같이하지 않아 인적청산의 대상이 될 당내 의원들이 ‘부실’자산인지는 여전히 헷갈리지만 말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P&A방식’. 그거 자칫 잘못하면 ‘배드뱅크’만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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