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후배 중에 쌍둥이 아빠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들 쌍둥이. 아들 하나도 키우기 힘든 데 그 별난 아들을 한꺼번에 두 명이나 키워야 한다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집안에 성한 물건이 없다며 한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쌍둥이 아빠의 고충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 역시 쌍둥이 때문에 골치를 아파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쌍둥이 적자’입니다. 아니 미국뿐만 아니라 바로 이 쌍둥이 적자로 세계 경제가 골치를 아파합니다. 제 후배의 경우야 자기 자식이니 속 썩일 때만 머리가 아픈 것이지 실제로는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엽겠습니까?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가지고 있는 쌍둥이 적자란 사정이 좀 다른 것이죠.

 

미국의 쌍둥이 적자란 무엇인가?

 

‘쌍둥이 적자’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둘 다 적자인 상태를 말하는데요. 여기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는 아래에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n      재정수지(財政收支) : 정부에서 예산집행으로 나간 돈(지출)과 세금 등으로 들어온 돈(수입)의 차이입니다. 따라서 ‘재정수지 적자’란 것은 정부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n      경상수지(經常收支) : 수출입, 서비스의 수입지출, 해외 원조 등으로 외국으로 나간 돈과 이로 인해 외국에서 들어온 돈의 차이입니다. ‘경상수지 적자’란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의 2003년 경상수지 적자액은 5,300억 달러였고, 2004년에는 9월 말에 이미 6,3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을 보면 2002년 4.5%에서 2004년 약 5.7%로 높아져 IMF가 제시한 위험 수준인 5%를 상회한 상태입니다.

 

또한 200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은 1조8,800억달러의 재정수입을 확보한 반면, 총 2조2,92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기록하여 4,130억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했죠. 다시 말해 미국정부는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에 비해 무려 4,130억달러나 되는 돈을 더 써버린 것이죠.

 

4,136억달러라… 언뜻 봐서는 잘 와 닿지 않는 숫자입니다. 참고로 200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량(GDP)이 4,766억달러로 세계 12위였습니다. 즉, 몇 년 전 우리나라 국민전체가 뼈빠지게 일해서 한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과 맞먹는 금액을 미국은 적자를 봤다는 거죠.

 

물론, 정부는 기업이 아니므로 무조건 적자를 낸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란 거죠. 미국정부는 이 많은 돈을 연금, 교육, 의료보조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분야에 돈을 썼습니다.

 

그럼 미국은 쌍둥이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러한 쌍둥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택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수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경우 단순히 말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서 발생하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더욱더 수출 확대에 최선을 다해야 겠죠.

 

그럼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미국은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바로 자국의 통화, 즉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겠죠. 달러 값이 떨어지게 되면 미국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이라도 외국에 싼 값으로 팔 수가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수출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수출이 잘 되면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해결됩니다.

 

게다가 수출 증가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게 되고 기업들도 이익을 많이 내게 되면 세금이 늘어나게 되겠죠. 그럼 정부는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으니 재정적자도 감소시킬 수 있답니다. (물론, 부시정부가 세금을 얼마나 올릴 지는 의문입니다만..)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렇듯 미국의 입장에서는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약한 달러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미국이 자기네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하든 우리만 건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주 아주 불행히도 그 불똥이 우리에게 크나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있습니다.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달러가치 하락)은 곧바로 우리나라 원화가치의 상승(원·달러 환율하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원·달러환율은 달러와 원화간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의 가치는 올라가게 마련이니까요.

 

이러한 환율하락이 우리 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죠. 따라서 정부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 마구 달러를 사들이고 그래서 (앞서 칼럼에도 언급했듯이) 외환보유액이 자랑스런(?) 세계 4위가 되었고, 그 유지비용도 엄청나게 들어 가고 있는 거죠.

 

지금 세계는 쌍둥이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닙니다. 방금 말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주어만 일본, 중국, 유럽으로 바꿔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부시정부가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정부 지출보다는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먹고 살만한 보수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부시정부가 자신들의 전통적인 정치 철학 중의 하나인 감세정책을 지금 당장 포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 적자를 막기도 당장에는 힘듭니다. 엄청난 소비를 자랑하는 미국 국민들이 값싼 수입품들을 마구 사들이는 습관을 줄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입을 줄인다면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끼치지 때문에 이것 역시 썩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쌍둥이 적자가 20세기의 최강자였던 미국이 몰락하는 서곡이 아닐까 하는 당돌한 생각도 듭니다. 로마가 그랬고 몽고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물론 미국이 어찌 되든 솔직히 관심은 없습니다. 다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무너지면서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해를 입혀 우리네 경제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 일전에 올린 칼럼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았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