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시대가 열렸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월 15일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2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97년말 외환위기로 허덕이던 우리나라가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명실공히 세계 4위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고 있으니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튼실한 외환보유액은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를 한다고 봐야 겠죠. 급격한 환율의 변동이나 제2의 외환위기 발생시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나 2년 연속의 경기불황에도 해외의 신용평가기관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좋게 평가한 데는 외환보유액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 현 수준 유지를 위해 이중 비용 부담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는 우리 경제상황에서 볼 때 너무 과도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 39억달러까지 감소했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 갚아야 하는 빚이 대략 1,700억 달러가 넘었죠. 정말 눈 앞이 캄캄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점에서 어려운 시절이 다 지났다고 이제는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고 염려하는 건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소리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 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문제를 그리 간단하게 볼 수만은 없을 듯 싶습니다. 특히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건 정부가 2,000억 달러 수준까지 늘리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그 동안 정부는 환율이 떨어지는 것(원화 가치상승)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많은 달러를 사 모았습니다.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팔면 원화가 시중에 많이 풀려 원화가격이 떨어지므로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정부 금고에는 달러가 많이 쌓여 외환보유액이 늘어 나게 된 거죠.

 

하지만 원화가 시중에 많이 풀리면 돈이 흔해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일어나겠죠. 따라서 정부는 다시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서 시중의 돈을 거둬 들이는 정책을 폅니다. 그럼 자연히 원화는 시장에서 귀해져 가격이 올라갑니다. 원·달러 환율에서 원화와 달러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죠. 다시 말해 원화 가격이 올라가니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달러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합니다.

 

정부가 져야 하는 비용은 환차손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지급비용도 부담해야 하죠. 따라서 정부는 이중의 비용을 부담하며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2004년 말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이 143조원에 달했으며, 연간 이자부담만 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의 외환보유액 유지를 위해 대략 2조5천억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적정한 보유수준은…

 

그럼 적정한 보유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사실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국민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1,400~1,500억달러가 적정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분단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엄연히 존재하고 1,700억달러 수준의 총외채, 그리고 1,600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주식자금 등을 감안하면 지금 수준도 과도하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 대해선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997년엔 무모한 외환정책으로 인해 달러가 없어서 위기를 당했다면 이제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을 너무 많이 쓰면서까지도 다다익선을 추구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논어/선진편> 에 나오는 말로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죠. 지나친 것과 모자란 것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공자가 살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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