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에서 중고차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2월 초에 공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7월부터는 중고자동차도 구매를 한 후 1개월 또는 주행거리 2천㎞까지는 하자가 발생했을 때 무상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현재에도 일부 매매조합을 중심으로 품질보증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는 매매업자가 성능점검까지 하는 것은 객관성이나 신뢰성 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우리 주위에는 ‘중고차는 대부분이 속고 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품질에 대한 보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 조치로 보다 투명한 중고차 거래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왕 중고차 시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와 관련하여 ‘레몬 마켓’이란 경제 용어에 대해 한번 알아 보겠습니다.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특히 중고차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중고차 시장을 아예 ‘레몬마켓’이라고 부릅니다.

 

레몬마켓(Lemon Market)이란 씨고 맛없는 과일인 레몬밖에 널려 있지 않는 시장이란 뜻이며 미국인들이 중고차 시장을 빗대어 표현하면서 나온 경제 용어인데요. 중고차 시장은 저급품질 차량만 매물로 등장해 시장가격보다 좋은 차를 찾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저급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일컫는 것이죠.

 

인도 히말리야가 원산지인 레몬이 서양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오렌지보다 쓰고 신맛이 강해 맛없는 과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빗대어 경제학에서는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레몬마켓이라 부르게 되었죠.

 

물론, 레몬마켓에 저급 품질의 물건만이 나오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중고차의 경우 이를 판매하려는 사람은 그 차가 사고가 났던 차인지 아닌지, 어느 부품에 결함이 있는 지 잘 알지만 구매하려는 사람은 그런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양자의 정보량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이를 이유로 구매자는 필요이상의 금액을 선뜻 지불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저급 품질의 물건만이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이러한 레몬마켓은 중고차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화재보험의 경우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은 화재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려 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죠. 하지만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누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구별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저급(?)의 가입자만 몰려 들게 되고 이렇게 해서 형성된 보험시장 또한 레몬마켓이라 볼 수 있겠죠.

 

가계신용대출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최근 가계신용대출시장의 경우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계부채를 상환하기 힘들어 이미 신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이자를 물면서 대출을 받아가고 있어 대출규모는 증가하지만 항상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 이 역시 레몬마켓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레몬마켓을 피치마켓(Peach Market – 우량 품질의 상품이 모여있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야 하는데, 건교부의 이번 조치가 연간 평균 180만~190만대가 거래되는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을 피치마켓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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