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1조2천억 규모의 동아건설 파산채권 입찰에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월드스타 컨소시엄이란 곳이 선정되었습니다. 월드스타 컨소시엄은 프랑스 건설업체인 빈시와 르노, UBS 등으로 구성된 외국계 자본입니다.

 

특히 이번 동아건설 파산채권에는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의 경영권 지분 10여%를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포함되어 있어, 21세기 국가 핵심사업인 물류사업 마저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 외환위기 때 제일은행 지분을 사들인 뉴브리지캐피털은 금번 지분매각을 통해 1조가 넘는 시세차익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은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된 거액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론스타가 금번에 매각한 강남 테헤란로의 스타타워 지분 매각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OECD 국가 중 90% 이상이 외국 법인의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외국 법인이 국내에 들어와 주식거래를 해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공식 발표입니다.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무리 많은 차익을 얻고 빠져 나가더라도 세금조차 받을 수 없다는 데 씁쓸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매달 월급에서 원천징수 당하고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아파트를 매매하는데 조차 세금이 무서워 고민하는 우리 서민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 당시 어마어마한 부실 규모로 무너져 가던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하면서 정부에서는 “비록 국내은행이 외국의 손에는 넘어 갔지만, 이 참에 새로운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지각 있는 사람들로부터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려면 씨티뱅크나 도이치뱅크 또는 골드만 삭스 같은 제대로 된 금융기관에 매각을 해야지 뉴브리지캐피털 같은 헤지펀드에 매각하면서 무슨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냐?” 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7여년이 지난 지금 이헌재 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외환위기 때 매각된 제일은행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 받겠다는 당초의 정책 기대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일은행의 매각 대금은 고작 5천억원이라는 헐값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절체절명의 외환위기를 서둘러 빠져나가기 위해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헐값 매각만으로 끝났다면 그나마 이해는 갑니다. 문제는 여기에다 “풋백옵션(Put-back option)”이라는 조건까지 붙여서 매각을 했다는데 있습니다.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란 기업 인수시 매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조항인데요. 인수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는 부실이 매수자(사는 측)가 기업을 사들인 이후에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서는 매도자(파는 측)가 책임을 지고 메워줘야 하는 조항인 거죠.

 

따라서 제일은행의 경우, 뉴브리지캐피털이 인수한 이후에도 제일은행의 추가적인 부실이 드러날 때 마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이를 메워 주었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제일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이 무려 17조원이나 됩니다.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이렇게 많은 액수를 메워주었는데 정작 뉴브리지캐피털은 1조가 넘는 시세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한푼도 안내고 빠져 나간다니 정말 뭐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당시는 외환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계약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월드스타 컨소시움이 인수할 지도 모르는 대한통운 차례가 될 수도 있겠죠.

 

최근의 일련을 사태를 볼 때 외국자본에 의한 일방적인 국부유출을 막고, 선진경영기법을 익히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많은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도면에서나 그들을 다루는 노하우 면에서 말입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곳에서 벌어가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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