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헐리우드 영화를 누르면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살인의 추억>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대박이 터진 영화이외에도 관객수 200만명을 훌쩍 뛰어 넘은 한국 영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에 투자하기만 하면 엄청난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투자라는 게 주식투자와 달리 누구나 쉽게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영화투자에 대한 환상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바람난 가족>의 경우처럼, 간혹 인터넷상으로 개인들의 투자를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투자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대상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 투자쪽에 관심이 있는 지인(知人)들로부터 영화투자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창업투자회사에서 영화투자펀드를 운용한 적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영화투자 시스템은 전형적인 ‘High Risk Low Return’의 구조인 것 같습니다. 위험은 큰데 수익은 별로라는 말이죠.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투자의 기본 원칙은 ‘High Risk High Return’이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영화투자는 이상하게 투자하는 사람이 가장 큰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또한 가장 적은 수익을 먹는 아주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영화산업의 투자 및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번 알아 볼까요.

 

■ 영화산업의 주요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죠.

①      제작사 : 영화를 만드는 회사 (싸이더스 등)

②      배급사 : 만들어진 영화를 극장 등에 배급하는 회사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③      극장 : 영화를 상영하는 회사

④      투자사(제공사) :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제작비를 투자하는 회사

* 부분투자사(공동제공사) : 영화 제작비 중 일부만을 투자 (← 대부분의 창업투자회사 : 무한투자, 일신창투, KTB 등)

 

■ 이들의 영화 공급사슬(Supply Chain) 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공사(투자) → 제작사(제작) → 배급사(배급) → 극장(상영)

 

■ 그럼 영화산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의 현금흐름(Cash Flow)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죠.

 

만약 여러분이 극장에서 영화표 7,000원(지방의 경우 6,000~6,5000원)을 내고 극장표를 한 장 사서 한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죠. 그럼 여러분이 낸 7,000원 중에서 50%인 3,500원을 극장에서 고스란히 가져 갑니다.

 

영화가 흥행을 하든 망하든 관계없이 극장은 안정적으로 50%를 가져가는 거죠. 하기야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안 해주면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 해도 관객들에게 선보일 방법이 없으니 극장이 가져가는 수익배분에 별 이의를 제기 못하겠죠. 이런 이유로 가장 적은 위험을 부담하는 극장이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거랍니다.

 

그 다음 가져가는 것이 배급사입니다. 극장이 떼어가고 남은 돈 3,500원에서 대략 5%~10%의 배급수수료를 떼어가는 거죠. 이것 역시 극장보다 떼어가는 비율은 적지만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가져가는 몫입니다.(물론 대형배급사의 경우, 계약조건에 의해 흥행의 여부에 따라 더 많이 가져가거나 더 적게 가져가는 다양한 방식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나면 3,100원 정도(지방의 경우 2,800원 정도)가 제작사와 투자사(제공사)로 들어 갑니다. 투자사는 자신의 알토란 같은 돈을 투자한 회사고, 제작사는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영화를 만든 회사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불한 극장표 7,000원 중에서 차 떼고 포 떼고 해서 남는 돈 평균 3,000원(서울, 지방 평균)만 이들이 가져가는 거죠.

 

일단 3,000원의 돈이 들어오면 우선 투자사에게 자신이 투자한 투자원금만큼 돌려줍니다. 예를 들어 요즘 웬만한 한국영화 제작비(순제작비)가 30억 정도니까 해당 영화로부터 투자사의 투자원금 30억이 벌릴 때까지는 그 수익은 투자사의 몫인 거죠. 그런 이후에도 수익이 더 생기면 투자사와 제작사는 순이익에 대해 일정비율로 나눕니다. 투자사는 60%, 제작사는 40%가 일반적이죠.

 

그럼 제작사가 제일 적게 가져가는 것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은 영화 제작비에는 제작사의 필요경비도 포함되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미 실비는 받은 셈이죠. 따라서 영화의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일단 받을 돈 받고 영화를 제작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만은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사의 경우 흥행에 실패하면 투자한 돈의 상당부분을 날려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투자에 대한 대부분의 위험은 투자사가 고스란히 지는 것이죠.

 

■ 그럼 관객이 얼마 정도 들어야 30억을 투자한 영화에서 투자사는 손해를 안보고 원금정도는 건질 수 있을까요?

 

일단, 영화수익은 극장수익과 기타 판권수익(비디오, DVD, 위성방송, TV방영, 해외판매 등)으로 나뉘는 데요. 사실 큰 이변이 없는 한 극장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극장만을 놓고 본다면요.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7,000원 주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더라도 투자사(제공사)에게 들어오는 돈은 3,000원. 따라서 30억의 원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100만명이 들어 와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투자사는 원금만 받는 구조가 되는 거죠.

 

말이 쉬워서 100만이지,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우리들이야 흥행에 성공한 영화만을 기억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가 100만을 넘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는 무수히 흥행에 참패한 영화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해동안 상영된 한국영화는 총 65편으로 이중 100만이 넘는 영화는 7편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65편 영화의 평균 편당 관객수가 30만명 수준이라고 하죠. 상영된 65편도 그러한데 제작 중간에 포기한 영화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렇게 어려운 100만 관객수를 돌파해야 투자사는 겨우 본전을 건지는 게임이 바로 영화투자인 것이죠.

 

투자의 기본 원칙은 ‘High Risk High Return’ 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만은 예외인 것 같습니다. 투자사는 제일 많은 위험을 지는 대신 수익의 50%는 극장에서 다 가져 가는 구조가 영화산업의 현주소인 거죠.

 

그러다 보니 영화산업의 구조를 잘 모르던 창업투자회사들이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 생각하여 대거 금융자본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쓴맛을 본 창투사들은 영화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죠. 2001~2002년 사이에 영화업계에 대거 유입되던 자금들이 2003년 들어 급감했던 것도 이들 금융자본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죠.

 

모름지기 산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투자환경과 매력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되어야 되는 데 영화산업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물론, 그 동안 금융자본을 받아 들인 영화산업계가 공연 등 다른 부문보다 투자환경이나 수익 정산금 투명도 면에서 훨씬 많은 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여전히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긴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한국영화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좋고 투명한 투자환경을 마련하여 건전한 금융자본들이 대거 들어 와야 할 것입니다.

 

아참! 영화는 예술인데 너무 돈돈 하는 거 아니냐구요? 저는 예술성 있는 독립영화를 말씀 드리는 게 아니고요. 현재 몇 십억을 들여 만들고 있는 상업영화에 대해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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