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보면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느님이 탐욕스런 인간을 벌하기 위해 큰 비를 내려 물로써 세상을 망하게 하고 노아 가족과 한 쌍의 동물들만 살아 남게 했죠. 그리고 하느님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또 다시 경고를 합니다.

 

“너희들이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른다면, 이번엔 불로써 망하게 하리라.”

 

신용불량자가 380만명에 달하고, 개인들로 인해 발생한 잠재 부실규모가 100조원을 넘어 섰다고 합니다. 말이 쉬워 100조원이지 정말 어마 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죠.

 

여러분들은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라고까지 했던 1997년 말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던 부실채권 규모가 112조원였고요. 그로 인해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가 165조원 였다고 하죠.

 

기업들로 인해 발생한 부실채권 112조원의 규모로 나라 전체가 파멸의 문턱까지 갔는데 이번엔 개인들로 인한 잠재 부실 규모가 무려 100조원이라고 하니 이는 실로 심각한 수치가 아닐 수 없는 거죠. 정말이지, 우리경제가 개인들의 신용문제로 또 한번 위기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합니다.

 

노아의 방주에서처럼 물로써 망한 세상이 다음엔 불로써 망할 수 있듯이, 기업부실로 한번 망했던 나라가 이번엔 개인부실로 망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사실 IMF 이전에 많은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인 기업여신 세일즈를 했습니다. 저도 당시 여신을 위주로 하는 종합금융회사에 다녔습니다. 그때 기업 대출 몇 천억원을 달성했다며, 회사에서 축하행사까지 열어 준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릇 대출이란 남에게 빌려 줘서 원금과 이자를 다 받고 난 다음에야 그게 실적이고 성과인데, 그저 돈 많이 빌려 준 것만 가지고 실적 높였다고 의기양양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갑니다. 그러다가 부도가 나고 부실채권이 되었던 거죠.

 

기업에 돈을 빌려 줘서 한번 곤혹을 치른 금융기관들은 또 한번 과오(?)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이번엔 개인들에게 공격적인 대출 세일즈를 한 거죠. 2000~2002년 당시 치솟는 아파트 가격 때문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개인들에게 엄청나게 돈을 빌려 준거죠. 게다가 신용카드 남발은 도를 지나칠 정도였고요.

 

일선에서 개인대출을 담당하던 은행원들조차도 이러다가 또다시 무슨 난리가 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380만의 신용불량자와 100조원에 달하는 개인 잠재부실이라는 짐으로 우리경제의 어깨 위에 턱 버티고 있게 된 것 아닙니까!

 

상황이 이쯤 되니, 신용불량자에 대한 해결 방안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신용불량자 폐지 법안’은 그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신용불량자란 30만원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을 말하며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모든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시켜 온 게 현행 신용불량자 제도죠. 이 제도를 정부는 내년 초에 폐지할 것이라는 거죠.

 

내년부터는 ‘신용불량자’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대신 기존 금융거래 연체자에 대해서는 ‘채무를 약정한 기일 내에 변제하지 아니한 자’로 법적 용어가 변경된다고 합니다. 또한 신용불량자 정보를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제공하도록 하는 조항을 폐지해서 신용불량자의 취업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신용불량자에게 새로운 갱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 폐지가 무조건 신용불량자를 사면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신용불량자들이 갖고 있던 연체 기록과 새로운 연체자들의 금융거래 정보는 금융기관들이 종전과 같이 그대로 보유합니다.

 

비록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는 없어지게 되지만, 이들을 ‘채무를 약정한 기일 내에 변제하지 아니한 자’란 다소 길고 어색한 이름으로 새롭게 분류되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따라서 보다 실질적인 신용불량자 문제 해소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신용불량자들이 ‘금융금치산자’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개인파산제를 보다 활성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시 하는데 있어서 신용불량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하겠죠.

 

또한 단순하게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 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구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획일적 제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개인의 우량정보와 그 동안의 금융거래 이력, 향후 자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다 체계적인 개인 신용평가시스템(CSS)이 상용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신용불량자 제도 폐지가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되어 물로 한번 망하고 불로 두번 망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