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괜찮아-저자 릴레이 특강 후 사인회-

 

요즘 드라마 '가면'이 화제다.

실제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내용이다.

나의 신간인 '욕먹어도 괜찮아'와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관심이 간다.

저자 릴레이특강을 몇차레 진행하면서

함께 한 분들이 보내주는 응원과 열정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욕먹는것이 가장 두려웠던 분들, 욕먹지 않으려 아둥바둥 살아온 분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사로잡혀 가면을 쓰고 자신을 일어버린 분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비슷한 아픔과 꿈을 갖고 있는 분들과의 만남이어서인지 서로가 통했다.

강의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한 시간이 십분처럼 느껴졌다는 그 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오늘은 어떤 가면을 쓸까?

예쁜척, 착한척, 대범한척, 인간성 좋은 척, 행복한척, 있는척, 잘난척, 우리는 어느 정도 척을 하고 산다.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태도, 가식이다. 가식적인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생겨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꿀리지 않으려고 행복한 척, 있는 척을 하고, 소개팅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 예쁜척 착한척 내숭을 떤다. 직장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인간성 좋은 척, 열심히 일하는 척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척은 필요하다. 아빠라면 아이들 앞에서 대범한 척을, 서비스직원이라면 고객 앞에서 친절한 척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척이 지나쳐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맘에 없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현실

기분과는 상관없이 웃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극심한 우울증과 함께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는 지인이 있다. 정글 같은 조직생활을 오랫동안 버티며 근무한 결과라고 허무해하는 그의 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상사한테 회의시간에 아이디어 없다고 엄청나게 깨지고 나서도 억지 미소 지으면서 “죄송합니다“ 라고 해야 했다. 웃으며 사과까지 했는데 돌아온 건 또 굴욕적인 핀잔뿐이다.

”뭐가 그리 좋아 실실 웃는 거야? 생각이 있어 없어?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쯧쯧“

전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모욕을 당하는 날이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딸린 식구가 없었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거다. 하지만 토끼같은 자식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분이 안 풀려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에 담긴 상사 사진에 수박만한 점박이를 코에 박아뒀더니 좀 나아지더군요”

그의 말에 웃을 수 없는 건, 그 모습이 우리와 너무도 닮아있어서다.

아부의 가면을 써야하는 회사원도 많다.

“박 대리! 이별이 뭐라고 생각하나?”

갑자기 묻는 상사의 엉뚱한 질문에 ‘글쎄요’ 하며 난감해할 즈음, 상사가 해벌쭉 웃으며 던지는 한 마디.

“글쎄라니...이 별은 지구 아닌가! 지구! 하하하~”

몇 백년전에나 써먹던 농담을 지금 유머랍시고 하고 있는 상사에게 짜증을 내고 싶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하하하! 역시 과장님의 유머감각은 탁월하십니다! ”

상사라는 갑, 회사라는 갑, 거래처라는 갑 앞에서 우리는 원치 않는 가면을 써야 한다. 웃기지도 않는데, 웃고, 화내고 싶은데도 웃는다.

가식은 친구사이에서도 빠질 수 없다. 친구가 새 옷을 샀다며 자랑할 때 속으로는 ‘저걸 돈 주고 산거야?’란 생각이 절로 들지만, 생각한 그대로 말했다간 분위기가 싸늘해질 게 뻔하다.

“너한테 딱이야, 잘 어울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술술 한다. 여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어때, 예쁘지?”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친구 앞에서 차마 ‘각진 얼굴이 성깔 꽤나 있어보여!‘ 라고 말하지 못한다. 대신 “너 재주 있다. 이런 미인을 어디서 만났어?”라고 능청을 떨어본다.

남에게 상처받고 손해보지 않기 위한 장치, 가식

말이나 행동 따위를 거짓으로 꾸미는 이유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직장상사에게 밉보이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다.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우정에 금이 갈 수 있다. 친구가 뒤에서 내 뒷담화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손해보고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이다.

“가면을 쓰는 순간, 우리는 곧 가면의 주인공이 된다‘

프랑스의 팬터마임 배우인 에티엔 드크루(Decroux)가 남긴 말이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면, 마치 내가 웃는 것처럼 보이니까. 결국 이 의미는 가면도 잘만 활용하면 사회생활의 윤활유라는 뜻이다.

-욕먹어도 괜찮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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