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콜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지난 8월 연 3.7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하시킨 이후 두달동안 연속해서 동결을 한 것이죠. 향후 콜금리를 좀더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조치였죠.



한국은행은 이번 동결조치를 취하면서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경부에서는 한은의 이번 동결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금리인하가 도대체 뭐길래???



콜금리를 내리고 안내리는 게 과연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한국은행과 재경부는 이렇듯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걸까요?



우선 금리인하 정책에 대해 한번 살펴보죠.



요즘같이 내수경기가 침체할 때는 일반적으로 금리인하 정책을 씁니다. 금리가 낮으면 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빌려서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겠죠. 그럼 생산도 증대되고 고용도 창출 됩니다. 고용이 창출되면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게 되니 소비가 늘어나고 따라서 내수경기도 활성화가 되겠죠.



그렇다면 요즘같은 내수경기 침체시기에 한국은행은 당연히 지속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써야 한다는 얘기인데...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죠.




한국은행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갈수록 미래의 경기 불안감 때문에 금리가 내려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시중자금은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부동자금화가 되어버립니다.



이대로 가다가 미국금리보다 우리나라 금리가 너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소위 금리 역전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돈 가진 사람들은 미국 등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게 되어 우리나라 국부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현상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또한 금리는 물가하고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이고 물가는 물건의 가치입니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금리인상) 물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겠죠.(물가인하) 따라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정책`을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가 4.8% 상승해 3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생활물가지수는 6.7%나 급등했습니다. 게다가 8월 생산자물가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올라 5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답니다.



이런 심상찮은 물가상승 분위기에서 금리를 인상시켜서 물가를 내리는 것도 모자랄 판에 경기침체만을 걱정하며 금리를 인하시킬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고심 끝에 금리를 동결시킨 겁니다.



한국은행의 고민 : (경기침체활성화 위해 금리인하) 對 (물가인하 위해 금리인상)



금리정책의 결정권을 가진 한국은행이 올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는 고민이 바로 여기 있는 거죠.



재경부의 입장은 또 다르다!!!



하지만 재정정책의 결정권을 가진 재경부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경기진작을 위해서 금리인하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현재 40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나 대출을 해서 내집을 마련한 서민들의 사정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콜금리 동결로 바짝 긴장한 채권시장에선 이미 시장금리가 폭등을 했습니다. 내릴 것이라 생각했던 콜금리를 안 내리니 시장금리는 과민반응을 보여 오히려 올라버린 겁니다.



이대로 가면 신용불량자나 대출을 한 사람의 부담은 더욱 가중됩니다. 당장 지급해야할 대출이자가 늘어 나기 때문이죠. 이러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는 더욱 침체되겠죠. 따라서 재경부에선 이번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조치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경기 선순환 구조에선 경기가 활성화 되면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가 오릅니다. 하지만 최근의 현상은 그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국제유가 폭등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기는 침체되는 데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것입니다.



이를 통상 `스테크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합니다. 정말이지 금리정책을 써야 하는 한국은행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니까 말이죠.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한국은행의 조치는 더욱더 어렵고 힘든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악수(惡手)를 둬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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