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지하철 9호선 개통은 내겐 대박이다. 이번 개통으로 지난 10여 년간 출퇴근을 함께한 애마(愛馬)를 나는 과감히 버렸다. 급행을 타면 집에서 회사인 여의도역까지 16,7분에 질주한다. 지하철을 타러갈 때 10분, 내려서 15분을 걷는데 두 곳 모두 공원을 가로질러 가며 늘 반기는 꽃 닢들과 눈인사하며 가니까 로또 맞았다고 외치고 싶다. 과거 20년간 공사 현장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목수, 철근공 아저씨를 새볔에 지하철 안에서 가끔 보며 옛날을 회상하는 것도 덤이다.

 

얼마 전에 ‘목수의 인문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대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목공일을 하면서 인문학을 유추하는 내용인데 좋은 내용이 많았다. 그래도 이 책에서의 목수는 낭만적인 목수다. 건설 현장의 진짜 목수는 참으로 고되고 험하고 거칠다. 지상 40~50미터 아찔한 곳에서, 어두컴컴한 지하 동굴 속에서, 이역만리 열사의 사막에서 그들은 일당을 받으며 쉴 새 없이 망치를 두들기며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회사에서 동반성장과 관련하여 협력사 대표 초청 행사가 있었다. 평소 존경하는 논설위원(시인)께 특강을 부탁드렸는데 특강 제목은 '시인과 목수'였다. 초청 대표 중에는 수 백 명의 목수들과 직접 일 하시는 대표도 여러분 계셨다. 건설 ‘노가다’로 반평생을 거칠게 살아온 이 분 들에게 이 주제가 먹혀들지(?) 많은 걱정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건 나의 기우였고 반응은 매우 좋았다
  "150% 만족 한다"

  "시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셨다"

  "시(詩)를 배우고 싶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건강이 넘쳐도 ‘영성이 충만하지 않으면 참된 삶이 아니다’라고 휴일 아침 산책 중 한 종교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다. 영성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 문학이 가미되면 훨씬 풍요롭고 충만한 삶이 될 것이다. 요즘 취미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수필동아리에도 가끔 참석한다. 시 쓰고 수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맑고 순수하며 이해타산이 없어서 참 좋다. 시인이신 과 교수님은 평생 글쟁이로 산 것이 정말로 만족스럽고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고 싶다고 하신다.

 

빠른 고령화 속도만큼이나 내 주변에 은퇴자가 점점 늘어난다. 이들 중에는 좋은 모습이 아닌 볼썽사납고 안타까운 모습도 가끔 본다. 돈 많다고 자랑하는 선배, 돈이 없어서 기죽고 사는 동창, 시간 떼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넋두리 하는 동기, 너무 고독하고 쓸쓸 하다는 친목회 동료들. 필자는 이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 '시 읽는 목수'가 되어보자고. 만년 빈곤에 허덕이게 생겼는데 사치스런 소리 집어 치우라면 할 말은 없다.

 

주말에 찾아간 양평군에 있는 산 계곡에 물이 말라 너무 휑했다.

무심코 중얼 거렸다.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며 훨씬 운치 있을 텐데'

©강충구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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