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을 폭식이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굶어 배고픈 상태에서 폭식하는 습관은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과연 폭식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쥐를 갖고 실험했습니다.

 

폭식의 영향을 살펴야 하므로, 연구진은 쥐가 폭식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쥐는 식사를 주면 야금야금 먹습니다. 폭식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쥐가 폭식하도록 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24시간 동안 굶겼습니다. 그리고, 하루치 식사를 한꺼번에 제공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쥐들이 한번에 다 먹어 치웠습니다. 폭식한 겁니다. 폭식한 쥐의 배에 얼마나 지방이 잘 끼는지, 인슐린 민감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했습니다. 야금야금 조금씩 먹은 쥐에 비해, 폭식하는 쥐의 배에 지방이 더 많이 꼈고,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졌습니다.

 

이 연구는 "단기적인 식사제한과 재급식이 쥐들의 폭식행위를 유발하고, 지방축적성향을 강화하며, 인슐린민감도를 떨어뜨린다(Short-term food restriction followed by controlled refeeding promotes gorging behavior, enhances fat deposition, and diminishes insulin sensitivity in mice)"는 제목으로 영양생화학지(Journal of Nutritional Biochemistry)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 연구는 폭식의 영향에 대한 연구입니다. 식사를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하기 보다, 규칙적으로 조금씩 나눠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다이어트하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배가 더 나오게 된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한 언론에 소개될 때는 "살 빼려고 식사 거르면 ‘똥배’ 나온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연구를 제대로 소개했다면 기사는 "식사 거르고 폭식하면 '똥배' 나온다"가 됐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제목과 본문에 폭식이란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언론은 정확성이 중요합니다. 논문제목에 폭식행위(gorging behavior)란 단어가 있는데, 그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에 폭식이란 단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왜곡입니다.

 

과학보도는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왜곡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문제는 국내 언론의 과학보도가 외신에 단편적으로 의존한다는데 있습니다.

 

외신을 소개할 때는 외신 기사 한 꼭지에 의존하지 말고, 추가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외신 기사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낫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한차례 단순화했는데, 이를 다시 요약하면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조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명과 그 논문 저자의 이름을 이용해 논문을 검색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 본문은 유료인 경우가 많지만, 제목과 초록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논문 제목과 초록이라도 읽어보고 기사를 작성하면 최소한 왜곡은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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