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새로운 치마를 살 필요없이 기존에 있던 긴 치마를 짧게 잘라입을 수 있어서 경제적이라는 주장과 함께, 불황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분전환용으로 짧게 입었다는 주장도 곁들여진다.

불황일 때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러 치마를 짧게 입는다고?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그걸 보는 남자들도 기분이 전환된다고? 어느 미친 놈의 불손한 발상인가? 그리고, 불황때 미니스커트가 원단도 적게 들어가니까 경제적이라고? 무슨 18세기 영국 방직공장 돌아가는 시절의 발상인가? 이건 패션과 디자인에 무지한 사람, 아니 경제적 상식도 낮은 사람의 발상이다.

세상에는 남의 말하기 좋아하고 뭔가 꾸며내려는 호사가들도 많고, 별의별 이상한 연관성을 부여하는 것에 즐거움을 찾는 언론도 많다. 미니스커트와 경기불황의 관계도 이런 이들의 속설에 불과하다. 어느 경기불황일때 마침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었다고 그걸 경기불황일수록 치마길이가 짧아진다고 속단해버리면, 경기불황이던 어느해 마침 비가 많이 왔었다면 경기불황일수록 강우량이 많아진다고 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마이크로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경기불황과 치마길이를 연관시키는 사람들은 초불황시대라고 떠들건가? 이제 그만 경기불황의 상징처럼 미니스커트를 떠올리는 억지를 버리고, 미니스커트에게 경기불황에 전혀 책임도, 상관도 없음의 무죄를 선언하자!

실제로 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Mabry)는 '1960년대 호황시대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했고 오일쇼크였던 1970년대에는 롱스커트가 유행했다'며 호황일수록 치마길이가 길어진다고 주장했는데, 1910년대 패션을 연구한 폴 H 니스트롬 교수도 호황일수록 여성의 스커트 길이가 길어졌다는 반대 주장을 펼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IMF 시절에도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있었다. 일본에서는 경제 침체기에 있던 2000년대 초에 오히려 초미니스커트가 유행했었다. 그럴싸한 이런 주장은 사실 패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자들이 만들어낸 얘기일 것이다. 사실 불황과 호황 상관없이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늘 있었다. 다만 미니스커트의 유행 주기와 경기 호황과 불황의 주기가 간혹 맞물리면서 그런 억지스런 연결을 주장하는 것이다. 미니스커트의 유행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실제로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패션 연관성은 지극히 낮다. 불황 때문에 기분이 우울하고 침체되었다고 미니스커트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 기분 전환을 한다고? 여자들이 패션에 자기 자신이 아닌 사회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게 말이 될까?

사회적 불황과 개인의 재정상태가 비례한다는 전제에서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면 새로운 소비로 창출되는 유행 변화라는 것이 발생할 여지는 적다. 사회적 불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심리적 전환을 위한 시도를 패션의 변화를 통해서 한다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패션이 사회적 상황에 조응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대규모의 대기업이나 공무원 조직에서나 사회 상황에 따라 복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가능할 수 있어도, 개개인이 사회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개인이 심리적 반응을 할까? 설령 심리적 반응을 한다고 그것이 개인의 패션 변화와 연관이 될까? 개인은 경기 불황이 아니라 자신의 재정 상태에 민감하고, 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이나 인간관계 등의 개인적 상황에 민감하다. 개인의 패션은 지극히 개인적 상황에 따라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이지, 사회 상황이나 경기 불황에 대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패션 유행은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상황이 개인의 패션 유행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의미가 있을까? 과연 그들이 사회 상황을 자신의 심리적 상황으로 전환해, 그에 맞는 패션으로 자신의 몸을 감쌀까? 패션은 남들을 위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보다 자신을 위한 만족의 도구, 자아도취의 도구에 가까운 것이 더 상식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불황일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속설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매스컴을 장식하는가? 왜 패션 유행을 경제적 관점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가? 결국 마케팅의 의도된 메시지인 셈이다. 패션과 경제의 연관관계를 조작하고 부추겨서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내기 위한 유행의 일반화 작업을 펼치는 것이다. 불황일때 새로운 유행을 부추겨야 패션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곧 의류산업의 불황 타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은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낸다. 불황일때 가장 경제적인 패션은 새로운 유행이 오지 않는 것, 즉 불황 시점과 그 직전에 유행하던 패션이 유지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패션 유행은 새로운 소비가 되어야 하는데, 불황이어서 개인의 구매력이 줄어들었다면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돈이 없는데 새로운 유행을 따르기 보다 기존에 입던걸 계속 입는게 더 경제적이다. 물론 그렇게 되어서는 의류와 패션업계는 불황때 완정 망해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유행을 부추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치마 길이와 불황의 연관관계를 들먹이며, 불황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면서 마초적인 발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어느 마초 애널리스트 혹은 마초 저널리스트가 만들어낸 소설같은 얘기를 마치 경제현상인양 계속 확대하고 복제해온 것이 어이없고 또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는 그만 경기불황과 미니스커트를 연관짓지 말자. 미니스커트여 그동안 경기 불황과 엮여있느라 고생많이 했소!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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